"3년쯤 뒤에는 참 재밌어 질 아이들이야."
신인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는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신인 선수가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드문 일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내 구단 차원에서 큰 기대를 거는 한 두명의 선수 정도만이 스프링캠프에 초대된다. 이런 신인들은 선배들과 수 십여일을 동고동락하며 조금씩 아마추어의 티를 벗고, 프로의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다.
한화 이글스에도 그런 인물들이 있다. 2차 2지명으로 뽑은 대구 상원고 출신 외야수 이동훈과 2차 8지명으로 택한 수원 유신고 출신 박상언이다. 이들 외에도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신인은 투수 김재영(2차 1번)과 권용우(2차 3번) 강상원(2차 10번)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김성근 감독이 눈여겨보는 유망주들이다. 그런데 특히나 김 감독은 이동훈과 박상언에게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30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라이브배팅 훈련을 지켜보며 두 신인들의 적극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원래 캠프 초반에 부상자가 많이 나와서 훈련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는데, 오히려 잘된 것 같다"고 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저 훈련 스케줄이 잘 진행되도록 힘을 보태라는 차원에서 신인 선수들을 데려왔는데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뜻. '전화위복'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날 1번 포수로 마스크를 쓴 채 장민재 김용주 김범수 김재영 등의 공을 받은 포수 박상언은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캐치와 부드럽고 강한 2루 송구로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또 이동훈은 주특기인 빠른 발이 돋보였다. 2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3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마치 슈퍼맨처럼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선배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그라운드 사정 때문에 이동훈의 유니폼은 한번의 슬라이딩으로 새카맣게 변했다. 그러나 한화 캠프에서 흙투성이 유니폼은 어떤 면에서는 훈장과 같다.
김 감독은 이런 신인들의 패기넘치는 플레이를 바라보며 흡족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 감독의 성급한 기대감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때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 김 감독은 "한 3년쯤 프로에서 단련하고 나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아이들"이라면서 이동훈과 박상언이 한화의 미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은 '3년 후'다. 그러나 상황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날카로운 송곳은 언제든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들의 활약이 1군 무대에서 펼쳐질 수도 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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