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세대.' 기량이 떨어지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신태용호 뒤에 붙은 꼬리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입증했다. 신태용 감독(46)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승까지 오르며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리우행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비록 30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대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결코 '골짜기 세대'가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 명단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역대 최약체 올림픽대표팀이라는 평가였다. 더욱이 박인혁(21·프랑크푸르트) 최경록(21·장트파울리) 이찬동(23·광주FC) 등이 소속팀 차출거부와 부상 등으로 이탈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권창훈(22·수원) 문창진(23·포항)은 부상에서 복귀한 터라 몸상태에 의구심이 있었다. 1996년생 막내 듀오 황희찬(20·잘츠부르크) 황기욱(20·연세대)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신태용호는 대회 개막 전 가진 아랍에미리트(2대0 한국 승), 사우디아라비아(0대0 무)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를 거뒀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내용이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개막 후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중심에 황희찬이 있었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 골도 없고 소속팀 요청으로 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울림을 선사했다. 침착성과 대담함, 저돌적인 돌파와 이타적인 플레이는 형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카타르와 4강전은 백미였다. 황희찬은 발목부상으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1-1이던 후반 33분 교체로 투입됐고 이내 판을 뒤흔들었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하프라인 부근 우측면서부터 카타르 수비수 3~4명을 돌파하고 문창진의 세 번째골을 돕는 패스를 연결했다. 흡사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즈를 떠올리는 플레이였다.
진성욱(23·인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간 대표팀과는 거리가 멀었던 진성욱이다. 지난해 소집된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 명단에 진성욱의 이름이 올랐을 때만 해도 큰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진성욱은 헌신적인 플레이와 이타적인 자세로 팀 플레이에 공헌했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1골-1도움을 올리며 원맨쇼를 펼쳤다.
박용우(FC서울)의 발견도 수확이다. 이찬동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체 카드였다. 하지만 자리를 잡았다. 신태용호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중앙수비수, 포어리베로 등 다양한 옷도 자연스레 소화해낸 멀티 능력도 강점이다.
기존 주축이던 류승우(22·레버쿠젠) 문창진도 건재함을 보였고 권창훈은 이번 대회 5골을 터뜨렸다. 좌우측면 풀백인 심상민(23·FC서울) 이슬찬(23·전남)과 전천후 미드필더 이창민(22·제주)도 이번 대회 수확을 꼽힌다. 골키퍼 김동준(22·성남)도 일본전에서 3실점을 내줬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연제민(23·수원) 송주훈(22·미토 홀리호크)으로 이뤄진 중앙 수비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공격지향적 전술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게 중론. 향후 채워가야 할 공백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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