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가 살얼음판 위의 '테스트'다. 과연 '연습생' 신분이나 마찬가지인 듀엔트 히스(31)는 정식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올 시즌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까.
한화는 아직 외국인 선수 1명의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약 시점이 늦어졌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아예 내부적으로 '더 늦더라도 차라리 확실한 선수를 뽑자'는 기조가 형성됐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가운데 빅리그 진입에 실패한 선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보기 드문 '테스트 선수'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마무리로 뛰며 43경기에 나와 3승6패5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던 듀엔트 히스다. 히로시마에서 2년간 뛰었던 히스는 입단 첫 해인 2014년에는 선발로 나와 3승에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한 바 있다. 기존 한화 외국인 듀오인 에스밀 로저스, 윌린 로사리오와 마찬가지로 도미니키 공화국 출신이다.
기록만으로 보면 꽤 괜찮은 수준의 투수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투수가 '테스트'를 받고서라도 한화에서 뛰겠다고 찾아온 건 일단 고무적인 현상. 선수의 개인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KBO리그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인 입장에 선 사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히스가 올해 정식 한화 선수단 멤버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 히스는 지난 17일에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해 18일 불펜 피칭을 소화한 뒤 22일 LG전에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27일 KIA전에서 두 번째 '실전 테스트'를 치렀다. 한화의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스케줄은 29일 넥센전이 마지막이다. 선수단 본진은 3일에 귀국한다. 때문에 히스의 실전 테스트는 KIA전으로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이제는 주로 불펜 피칭으로 추가적인 테스트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대세'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히스는 한화와의 계약을 무척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무척 뛰고 싶어한다. 고향 출신 동료들도 두 명이나 있어 편안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히스의 희망과 구단, 특히 김성근 감독의 판단이 같은 결론에서 만날 것이라고 속단할 순 없다.
김 감독은 히스의 첫 실전테스트 때 만족하지 못했다. LG전에 나온 히스는 2이닝 동안 3안타 4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인상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마치 최근 유행하는 아이돌 육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F' 등급을 받았다가 기사회생해서 다시 기회를 부여받은 듯 한 상황. 그래서 27일 KIA전이 더욱 중요했다.
여기서 히스는 나쁘지 않았다. 최고 146㎞의 직구를 앞세워 4이닝 동안 2안타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냉정한 김 감독은 이번에도 OK를 내리진 않았다. 히스가 상대한 KIA 타자들이 2군급 선수였다는 이유다. 본격적인 1군 멤버들을 제대로 이겨낼 수 있을 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있다. 워낙 히스의 구위가 '합격'과 '탈락'의 경계선에서 애매하게 걸려있기 때문. 외면하기에는 직구 구속이나 볼끝이 괜찮다. 그러나 계약을 하자니 뭔가 아쉬운 점이 많다. 김 감독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애초 계획대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탈락하고 나온 거물들을 새로 노릴 지, 아쉬운대로 히스로 갈 지 고민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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