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2016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 감독은 각자의 출사표를 밝혔다. '우승' 혹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팬들에게 풀어냈다. 모든 감독이 노리고 있지만, 우승은 가장 센 전력을 지닌 단 한 팀만이 차지한다.
그러나 재치넘치는 입담만으로 따져보면 미디어데이의 '승자'는 단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었다. 적절한 비유와 농담, 노련한 화제 전환의 화법으로 현장 팬들의 엄청난 호응과 웃음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처음부터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주장 정근우, 투수 조장 안영명과 함께 입장한 김 감독에게 현장의 한화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날렸다. 이 환호에 김 감독은 여유있게 "또 만났군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며칠 후 정규시즌이 시작되는데, 어쨌든 팬 여러분 덕분에 프로야구가 있고 팬 여러분이 있어서 한화 이글스도 있는 것 같다"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계속해서 "작년 전반기에 얻었던 인기를 다시 대전에서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그리고 가을에 반드시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출사표를 꺼내들었다.
감사인사로 우선 팬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 김 감독은 다음으로는 LG 양상문 감독과의 팽팽한 지략 대결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개막 선발 공개 요청에 관해 양 감독이 먼저 "김 감독님께 발언 기회를 양보하겠다"고 말하자 "여기가 국회의사당도 아닌데, 그러게 양보할 것 없다"는 농담을 건넸다. 결국 두 감독은 농담과 진담이 섞인 공방 끝에 10개 구단 중 유이하게 개막 선발을 공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정근우를 희생양 삼아 관중의 대폭소를 이끌어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 팬이 "칠순의 고령에도 스프링캠프에서 펑고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우선 "어떤 일을 할 때 나이는 관계없다고 봐요. 나이는 정신에 의해 지배되는 법이라 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으면 아무 부담없이 할 수 있어요"라며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현장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지려던 찰나, 김 감독은 재치넘치는 추가발언으로 좌중을 폭소로 이끌었다. 김 감독이 "그리고 옆에 정근우가 있는데, 이 선수는 펑고를 안치면 (실력이) 안 늘어요. 그래서 칠 수 밖에 없어요"라고 깜짝 발언을 한 것. 일순간 팬들과 취재진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고, 정근우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다. 이 말을 들은 정근우는 "올해로 8년째 펑고받았는데, 내년에도 열심히 받겠다"며 씩씩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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