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잖아요."
V리그 남자부는 '40대 감독 전성시대'다. 2연패에 성공한 '젊은 명장'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을 필두로 올 시즌 토탈배구로 돌풍을 일으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44),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43),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46) 등이 6개팀 중 4팀 감독이 40대다. 50대의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2)이 최고령일 정도. 40대 감독들은 젊은 감각과 형님 리더십으로 V리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유일하게 감독이 없던 대한항공 역시 이 트렌드에 편승할 것으로 보였다. 40대 젊은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선택은 '노장'이었다. 대한항공은 15일 '박기원 감독(65)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은 2011년부터 남자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2009~2010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떠난 후 7년만의 V리그 복귀다. 박 감독은 "제안부터 협상(타결)까지 일주일 안에 다 이뤄졌다. 협회에 이야기를 했는데 고맙게 승락해주셨다. 나이든 감독에게 기회를 준 대한항공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40대 감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박 감독은 "자신이 없었다면 V리그로 돌아왔겠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젊은 감독들이 만만치 않다. 우리 때 없었던 배구를 만들어냈다. 이기려면 열정을 더 가져야 하고, 공부도 더 해야한다"며 "하지만 감독이라는게 경험이 중요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의 힘이다. 나에겐 그것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V리그 감독직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표팀 감독을 하며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봤다. 밖에서 본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기복이 심한 팀"이라고 정의했다. 박 감독은 "어느 감독이나 탐을 내는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실수가 많고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강조했던 스피드배구를 대한항공에 도입할 생각이다. 그는 "내가 강조하는 배구다. 스피드배구에 가장 최적화된 한선수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녹아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구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16일 바로 경기도 용인시 하갈에 있는 대한항공 연수원 내 선수단 전용 숙소를 찾았다. 그는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박 감독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당장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살펴봐야 한다. 박 감독은 "서류는 다 받았다. FA 영입이나 트라이아웃 등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상견례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계성을 2%이상 끌어올려라." 좋은 전력이지만 항상 마지막 순간 흔들렸던 대한항공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은 장담은 못하겠지만 목표는 우승이다. 이제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은만큼 한국배구 문화를 모른다고 하면 핑계다. 아직 한국에서 우승을 못해봤다.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면 너무 나이가 든 것 같아서 싫은데….(웃음) 어쨌든 이번에는 정말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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