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가 5월 중순 이전에 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면 메이저리그 전체에 소문이 나고도 남는다. 박병호를 모르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없다. 그들의 박병호 분석이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박병호의 방망이가 긴 침묵에 빠졌다. 4경기 연속 무안타, 14타수 연속 무안타.
박병호는 22일(한국시각) 토론토와의 홈게임에 5번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시즌 타율은 0.228(123타수 28안타)로 내려갔다. 팀은 0-2로 뒤진 8회 5득점하며 5대3 역전승을 거뒀다. 5연패 탈출이다. 미네소타는 이날 승리로 11승31패를 거뒀지만 아메리칸리그 유일의 2할대 승률 팀(0.262)이다.
박병호는 2회말 첫 타석에선 몸쪽 빠른볼(92마일, 148㎞)에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5회엔 1루수 파울 플라이, 7회엔 빠른볼(93마일, 150㎞)에 헛스윙 삼진, 볼 3개에 그대로 당했다. 올시즌 박병호는 타격 사이클이 매우 불안정하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4경기 연속안타→4경기 연속 무안타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 디트로이트전 7회 펜스직격 2루타가 마지막 안타다.
박병호의 강점은 밀어쳐서도 관중석 상단에 볼을 꽂을 수 있고, 몸통스윙으로도 펜스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파워다. 하지만 아직은 빠른 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는 올시즌 날린 9개의 홈런중 92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때린 홈런은 없다. 슬라이더가 3개, 커브가 1개, 컷 패스트볼(130㎞대 후반) 2개, 140㎞대 중반 직구가 3개다.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 앞에서 손쉬운 먹잇감인 높은 슬라이더를 자주 던지지 않는다. 빠른 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승부구도 빠른 볼을 시도한다. 최근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 리그다. 흔히 일본프로야구가 분석야구로 알려져 있지만 깊이 있는 분석은 메이저리그를 따라갈 리그가 없다. 경기당 분석요원들이 다각적으로 경기를 분석해 경기전후와 실시간으로 엄청난 데이터들을 쏟아낸다. 선수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경기에 대비한다.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미리 알고 들어온다. 점점 박병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야구에 비해 평균 구속이 8~9㎞ 정도 빠르다. 95마일(153㎞)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모든 팀에 널려 있다. 제구력이 문제일 뿐이다.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주눅들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시간이 약이다. 경험이 쌓이면 차츰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눈에 익어야 몸이 반응한다.
박병호는 현명한 타자다. 지속적인 몸쪽공 승부를 위해 스스로 몸통스윙을 고안해 짧은 스윙에 힘을 싣는 법을 터득했던 그다. 또 득점권 타율 역시 훌륭하게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2014년 박병호의 득점권 타율은 0.292였는데 지난해는 0.375로 전체 4위였다. 적응기. 꼭 거쳐야할 시련이 온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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