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사실 립서비스였다. 그래도 무시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배려가 있었다. 그리고 명장다운 노림수도 있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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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획기적인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평가전 상대국인 한국에 대한 예의를 차려달라는 차원이었다. 4년전이 떠올랐다. 스위스 베른에서 스페인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둔 상황이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델 보스케 감독이 나왔다. 한국 취재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로 자기네들끼리 떠들었다. 기자회견 내용은 추후 전달받았다. 항의가 있었지만 관행이라며 얼버무렸다. 축구 강대국으로서의 오만이었다. 한국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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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였다. "한국 축구 상당히 역동적이다. 최근 들어 발전했다.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의례적인 말이었다. 짧은 것이 머쓱했는지 "체격적으로도 우월하다. 상당히 흥미로운 축구를 구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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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번 델 보스케 감독의 기자회견에는 한국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일단 이날 기자회견은 4년전처럼 스페인의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델 보스케 감독의 답변이 끝나면 한국어 통역이 들어왔다. 스페인 취재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 2016에 나설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스페인 취재진들은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들끼리만 이야기하려고 했다. 한국어 통역이 들어오면서 그들만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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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델 보스케 감독의 현실적인 노림수도 있었다. 유로 2016 최종 엔트리 후폭풍이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기자회견이 시작하자마자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발표했던 19명의 명단에 4명을 더했다.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스코(레알 마드리드)가 빠졌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큰 논란이 됐다. 스페인 취재진의 질문이 쇄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어 통역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그만큼 스페인 취재진의 질문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델 보스케 감독으로서는 한국어 통역이 '성가신 시간'을 공식적으로 줄일 수 있는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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