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의 품격은 달랐다.
베테랑 곽태휘(35·알 힐랄)가 기성용(27·스완지시티)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찼다.
한국 축구는 위기였다. 슈틸리케호가 1일(이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볼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1대6으로 참패했다. 굴욕적인 대패였다. A매치에서 6실점은 1996년 12월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2대6 패) 이후 20년 만이었다.
곽태휘가 있었다. 스페인전에서 교체출전한 그는 5일 체코 프라하 에덴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선 선발 출격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세월을 잊은 그는 '언성 히어로'였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체코는 전반 윤빛가람(옌벤)과 석현준(포르투)의 연속골에 더 거칠게 몰아쳤다. 수비라인에 곽태휘가 있었다. 경기 시작전부터 눈빛에서 그의 투혼은 이미 읽을 수 있었다.
압권은 투지였다. 수비라인을 리드한 그의 입은 쉬지 않았다. 후배들을 독려하고 또 독려했다. 솔선수범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몸을 던지는 육탄방어로 상대의 세찬 공격을 저지했다. 전매특허인 제공권도 탁월했다.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중앙을 견고하게 지켰다.
체코는 후반 시작과 함께 만회골을 터트렸다. 마렉 수치의 중거리 슈팅이 곽태휘의 무릎에 맞고 굴절됐고 그대로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곽태휘는 흔들리지 않았다. 체코는 후반 14분 셀라시가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한국이 수적 우위를 누렸다. 그러나 체코의 공세는 수적 열세에도 더 거세졌다. 다행히 체코는 곽태휘는 집념 앞에 무너졌다. 더 이상 추가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곽태휘를 중용하는 이유가 있다. '맏형'의 투혼과 기량은 체코전에서도 증명됐다.
그도 새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한국은 이전까지 체코와 4차례 맞닥뜨려 3무1패를 기록했다. 1승이 없었다. 가장 최근 대결은 2001년 8월 15일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의 악몽이었다. 0대5로 대패했다. 곽태휘는 체코전 첫 승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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