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더 빠른 공과 커브 보여주겠다."
한화 이글스가 최하위를 벗어나 위로 상승할 수 있는 새 추진력을 얻었다.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퇴출하고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예상 이상의 위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카스티요는 '공은 빠르지만, 제구력이 불안정한 투수'라는 평가를 무색케 할만큼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한 카스티요는 7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1홈런) 3볼넷 3삼진 1실점으로 팀의 8대1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카스티요는 여러 측면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일단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구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간혹 높이 뜨는 공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로케이션이 포수가 원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7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이 3개라는 건 제구력이 나쁘지 않다는 증거다.
또 장점이라고 알려진 패스트볼의 구위는 예상보다 더 뛰어났다. 지난 20일에 입국했고, 22일에 49개의 불펜 피칭으로 구위와 컨디션을 체크한 뒤 이틀 쉬고 선발 등판했는데, 최고구속이 무려 159㎞까지 나왔다. 투구수가 80개를 넘긴 6, 7회에도 구속은 150㎞가 넘었다. 이날 카스티요의 패스트볼 최저 스피드는 150㎞였다. 게다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브먼트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날 카스티요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 차일목은 "미트 앞에서 무브먼트가 상당히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팀 동료로서의 립서비스만으로 볼 순 없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카스티요가 아직 자신의 100% 기량을 보여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카스티요는 두 가지 깜짝 발언을 했다. 하나는 "오늘 구속이 좀 덜 나왔다"는 말이다. 159㎞를 던져놓고, "스피드가 덜 나왔다"고 했다. 카스티요는 귀국 이틀째인 지난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101마일(약 163㎞)까지 던질 수 있다"고 했는데, 이날도 "다음에는 101마일짜리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두 번째로는 "다음 등판때는 커브도 던지겠다"는 말이다. 카스티요의 레퍼토리에는 커브도 포함돼 있는데, 롯데전에서는 패스트볼(77개)-슬라이더(25개) 위주로만 던졌다. 3개의 체인지업을 섞었을 뿐 커브는 던지지 않았다. 이유는 KBO리그 공인구가 아직 낯설었기 때문이다.
카스티요는 "미국 공인구에 비해 다소 미끄러웠다. 그래서 땀이 많이 나면 공이 빠질 때가 있었다. 마침 로사리오가 '미국에서보다 손에 로진을 좀 더 많이 묻혀라'는 조언을 해줘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즉 이제 한국 공인구의 특성에 적응한 만큼 구속도 좀 더 늘릴 수 있고, 커브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스티요가 다음 등판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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