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 믿잖아."
애제자 권창훈(22)을 올림픽대표팀으로 떠나보내는 서정원 수원 감독(47)의 심정이 남다르다.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이 '절친' 신태용 감독이라서 더욱 그렇다. 88학번 동기인 서 감독과 신 감독의 우정은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끈끈하기로 소문나 있다.
권창훈이 지난해 A대표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할 때부터 두 감독의 끈끈한 우정이 뒷받침됐다. A대표팀 수석코치를 겸하고 있던 신 감독은 서 감독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특정 선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서 감독의 크고 작은 의견이 신 감독으로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신 감독은 2015년 동아시안컵(8월)을 앞두고 국내파 선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관찰 대상에 오른 권창훈을 언급했다가 추천받았다. 피지컬이 2% 부족해 A대표팀 승선을 미뤄왔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는 서 감독의 조언을 신 감독이 믿었고, 권창훈은 동아시안컵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3차전을 통해 '뜨는 별'이 됐다.
이후 권창훈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 핵심자원으로 자리잡으며 두 감독의 연결고리를 더 두텁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지난 6월 초 신 감독이 올림픽대표팀 조기소집(7월 초)을 공론화하고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의 원만한 협의를 요청했을 때도 서 감독은 신 감독의 입장을 이해했다.
당시 수원은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팀의 에이스 권창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준비해야 하는 신 감독의 심정을 이해한다. 협회와 연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신 감독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서 감독은 6월 말 권창훈이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정상 출전을 하지 못할 때도 올림픽대표팀을 함께 생각했다. 당시 수원이 무승의 늪에 빠져있던 터라 권창훈은 발목 통증이 조금 덜하다 싶으면 출전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서 감독은 권창훈의 강한 의지에 못이겨 몇 차례 출전시키기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만은 않았단다. 올림픽대표팀 차출을 앞두고 불거지는 '혹사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올림픽에서 권창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봐 속으로 노심초사하는 신 감독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수원 구단도 "국가를 위해 차출된 자원인데 이왕이면 관리 잘해서 보내주고 기분좋게 맞이하자"며 서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와일드카드 석현준이 조기 입국해 마땅히 훈련장을 찾지 못하다가 수원에서 대표팀 소집에 대비하게 된 것도 두 감독 우정의 산물이었다. 신 감독이 석현준의 딱한 사정을 들어 수원의 팀 훈련 합류를 조심스럽게 문의했는데 서 감독이 흔쾌히 수용하면서 성사된 것. "우리 친구 아이가." 이 한 마디 말고는 다른 이유가 필요없었다.
이제 서 감독이 신 감독에게 부탁할 처지가 됐다. 힘겹게 잡은 반등의 시기에 없어선 안 될 권창훈을 막상 보내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서 감독은 "신 감독와 나는 서로 믿는 사이다. 올림픽에서 권창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적으로 신 감독의 권한이고 존중해야 한다"면서 "보배에 흠집나지 않도록 요긴하게 잘 쓰고 돌려보내주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 감독은 그동안 권창훈의 부상·재활 관련 정보는 물론 훈련·실전 관련 참고 사항을 신 감독에게 모두 제공하기로 했다.
흔히 리그 현장과 대표팀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정원-신태용 '88학번 우정' 앞에서는 예외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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