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섭(29·18기)이 경륜 데뷔 5년만에 생애 첫 대상경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8일 일요일 스포츠동아배 대상경륜에 출전한 신은섭은 객관적 기량에서 박병하(13기) 류재열(19기) 보다 열세일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으며 막판 극적인 추입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운영의 묘를 살려 금요 예선, 토요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한 신은섭은 결승에서는 큰 욕심없이 입상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타종시점 병주상태에 있던 박병하가 힘들게 선행을 하는 순간 우승을 직감했고, 침착하게 경주를 풀어가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신은섭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 제일 먼저 재작년에 작고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지금의 신은섭을 있게 한 것은 아버지라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신은섭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경륜 관련 일에 종사했던 아버지는 막내 아들을 경륜선수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신은섭을 송파중으로 전학시켰다.
아버지는 아들이 필요한 것은 부족함없이 지원해 주었다. 신은섭이 안 먹어본 보양식이 없을 만큼 체력 관리에도 정성을 다했다.
또래 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사이클을 접한 신은섭이지만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 서울체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상무, 한국체육대학 등 엘리트코스를 차례로 거치며 경륜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중,장거리 사이클 선수 출신이었던 신은섭은 경륜 종목 특성상 단거리 출신 선수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았다.
다행히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경륜 18기 입학시험에 합격한 신은섭은 훈련생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출신 강준영(22기 합격)의 도움으로 체계적인 운동법을 익일 수 있었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을 20㎏정도 불리면서 대성할 토대를 마련했다.
1년간의 훈련원 시절 본인을 혹독하게 채찍질했고, 미친 듯이 훈련에 매진했다. 힘든 고비도 수없이 많았지만 본인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겨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 박용범에 이어 당당히 18기 차석으로 졸업한 신은섭은 동서울팀에 둥지를 틀어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낮잠 자는 시간, 식사 시간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톱니바퀴처럼 지켰고,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이런 노력은 점차 실전에 반영되며 인지도도 차근차근 올라갔다.
하지만 순탄대로를 달릴 것 같던 신은섭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버지의 급작스런 작고, 아내의 유산, 교통사고로 인한 갈비뼈 골절 등의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덮친 것이다. 심신은 지쳐갔고, 신경은 예민해졌다.
그러나 방황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늘 옆에서 물심양면 내조를 해준 아내의 슬기로운 대처 덕에 슬럼프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신은섭은 스파이크 끈을 다시 동여맸다.
김경남 매니저의 코치 속에 오토바이 유도훈련 시간을 늘리고, 본인의 장점인 순발력, 폭발력, 스피드 보강훈련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지난 6월 창원 결승에서는 슈퍼특선급 이명현을 상대로 젖히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신은섭은 "당분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아버지도 찾아뵐 생각이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책임감과 부담감은 분명 커졌지만 소중한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최고의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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