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부진했던 세든을 퇴출시키고 라라를 데려왔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볼이 빨랐지만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던 선수였기에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라라는 예상대로 많은 공을 뿌리지 못했다. 가장 많이 던진 게 103개. 선발로 나온 6경기서 4패에 평균자책점 6.00으로 기대에 영 미치지 못했다.
선발로서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결국 SK는 라라를 중간계투로 돌렸다. 그런데 라라 대신 투입된 임준혁도 제 역할을 못했고, SK 김용희 감독은 중요한 경기인 7일 KIA전 선발로 다시 라라 카드를 꺼냈다.
라라의 유일한 승리였던 7월 14일 광주 KIA전(4⅔이닝 무안타 7탈삼진 무실점 구원승)이 뇌리에 남아있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라라를 7일 경기 선발로 생각하고 준비시켰다. KIA전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7일 KIA의 선발은 지크. 무게감으로 볼 때 지크쪽으로 기우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라라는 깜짝 호투로 팀이 4위로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 선발 지크가 2회도 채우지 못하고 5실점하고 강판된 반면, 라라는 5회까지 단 2실점으로 막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5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뿌리며 5안타(1홈런) 2실점. 볼넷이 하나밖에 없었고, 삼진은 2개였다. 이날 최고 구속은 무려 154㎞나 됐다.
1회초를 공 10개로 가볍게 삼자범퇴시킨 라라는 2회초엔 2사후 김주형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지만 7번 김다원의 타구를 직접잡아 아웃시키며 무실점으로 끝냈다.
5-0의 리드를 안고 나온 3회초엔 선두 8번 백용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무실점을 이었다. 4회초 1사 1루서 브렛 필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맞았지만 더이상 흔들림은 없었다. 5회초엔 선두 백용환에게 유일한 볼넷을 내줬지만 9번 박찬호를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고, 안치홍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다시 위기에 몰렸지만 김호령을 3루수앞 땅볼로 잡고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총 91개의 공을 뿌린 라라는 직구의 위력이 대단했다. 64개의 직구를 뿌렸는데 147∼154㎞를 기록. 52개가 스트라이크였고, 볼은 12개 뿐이었다. 위력적인 직구에 커브(15개)와 체인지업(12개)을 섞으면서 KIA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라라의 국내 데뷔 첫 선발승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SK는 라라의 호투를 불펜진이 이었고, 타선이 터지면서 11대3의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동안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이날만은 눈부신 '백조'였다.
라라는 경기후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 기분이 좋다. 공교롭게도 구원으로 첫 승리를 한 팀도 KIA였고, 선발 첫 승도 KIA전인데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탠 것 같아 좋다"면서 "선발로 준비를 평상시에도 했기 때문에 오늘 선발로 등판한 것도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어떤 상황이건 팀이 필요로할 때 올라오는 투수가 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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