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를 비롯한 삼성, KGC, 동부 등 KBL리그 여러 팀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중이다. 열흘 남짓으로 기간은 짧다. 주된 목적은 새롭게 뽑은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는 일이다. 일본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농구 스타일이 비슷하고, 일본리그 외국인 선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각팀마다 돈 씀씀이가 달라 용병 수준 차도 뚜렷하다.
올해 일본농구는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실업리그와 프로리그로 나눠져 있던 두 리그가 통합됐다. 올해가 통합 'B리그' 원년이다. 1부리그, 2부리그, 3부리그로 나눠져 있다. 자연스런 경쟁, 승강제의 기틀도 마련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 사령탑이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미 일본농구가 우리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조만간 추월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엔 수천개의 고교팀이 있다. 저변 확대를 기반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엘리트 농구까지 성장시키고 있다. 무서운 기세"라고 말했다.
일본은 프로리그의 정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농구 등 하부리그를 살찌우고 있다. 일본 남자농구는 2006년 이후 BJ리그(실업리그)와 NBL(프로리그)로 나뉘어 운영됐다.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BJ리그 수준이 오히려 더 높았다. 올해부터 두 리그가 'B리그'로 통합됐다. 1부 18개팀, 2부 18개팀, 3부 9팀 등 모두 45개팀이다. 차후 승강제를 적용한다.
놀라운 것은 성적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구단 자생력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는 점이다. 1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성적 뿐 아니라 재정과 관중수 등에 골고루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특히 3년 연속 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 자동 강등된다. 성적 외에 구단이 살아남으려 마케팅에 안간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밀착 팬서비스와 연고지역 유대강화는 필수다. 여기에 구단 살림살이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최근까지도 일본농구는 한국농구에 비해 한수 아래로 취급됐다. 선수들은 프로보다는 실업에 가까웠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몸값도 프로출범 20년째를 맞는 KBL리그보다는 못했다. 일본농구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겨울스포츠인 배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부터 일본은 농구보다는 배구가 국제무대에서 더 두각을 드러냈다. 최근 들어서는 뚜렷한 변화 움직임이 보인다. 많이 건강해졌고, 향후 더 건강해질 일본 국내리그가 경쟁력 열쇠를 쥐고 있다.
일본 B리그 사무국의 자정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리그를 통합하면서 인적자원도 쇄신했다. 기존 인력들 대신 참신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외부인력들을 대거 채용해 파벌 싸움과 텃세를 없앴다.
이같은 노력으로 B리그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연간 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스폰서십을 이끌어냈다. 전경기 온라인 생중계도 실시한다.
일본농구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한국보다 다소 적은 경기당 2, 3천명 수준이었던 관중도 늘어날 조짐이다. 일본은 구단별 차별화를 인정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 발전을 부추긴다. 연간 100억원 넘게 쓰는 부자구단도 있고, 50억원 내외를 쓰는 알뜰 구단도 있다. 저마다 목표가 다르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팀이 빅클럽을 잡으면 이 자체가 뉴스다.
각종 전력평준화 조치들을 만들어 구단들이 돌아가면서 우승하는 것이 베스트 목표인 KBL 사무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행정이 리그의 발목을 잡는 성장의 밑거름을 자처하고 있다. 배울건 배워야 한다.
가와사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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