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80경기 29승 29패 14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86.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성적의 선수를 위해 구단은 의미 있는 은퇴식을 선물하기로 했다. '상징성' 때문이다.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전병두(32)가 은퇴를 결심했다. 어깨 부상을 끝내 못 이기고, 재활 5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SK는 정규 시즌 최종전인 오는 10월 8일 홈 경기 때 전병두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1군에서 한 번만 공을 던져보고 싶다"던 전병두의 소원은 그날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하면서 이뤄질 예정이다.
SK 김용희 감독은 안타까워했다. "은퇴 경기가 아니라 올해 정상적으로 1군에 등판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그리고 야구 선배로서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객관적인 프로 성적만 두고 봤을 때 통상적으로 은퇴식을 열 만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SK가 전병두 은퇴식을 열기로 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전병두는 SK의 가장 화려했던, 2000년대 후반기 주역 중 한 명이다. 동시에 영광의 이면인 '그림자'를 뜻하기도 한다.
2008년 트레이드로 KIA에서 SK로 이적한 전병두는 좌완 불펜 요원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당시 SK 김성근 감독은 '벌떼 야구'로 요약되는 마운드 운용을 했다. 선발이 흔들리면 일찍 내리고 불펜 투수들이 곧장 투입된다. 이승호, 정우람, 정대현 그리고 전병두가 버티는 SK 불펜은 단연 리그 최강이었다.
그중 전병두의 역할은 스윙맨. 상황에 따라 선발 등판도 가능하고, 중간 계투서 비교적 많은 투구도 소화한다. 당연히 등판 간격은 규칙적일 수 없다. 2009년 49경기 133⅓이닝, 2010년 27경기 67⅔이닝 그리고 2011년 51경기 92⅓이닝. 이 기록이 전병두의 현역 마지막 숫자로 남았다.
많이 던졌다. 그리고 아팠다. 이미 결과가 정해졌지만, 전병두가 많은 등판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당시 SK 불펜 요원 중에서도 투구수 부담이 단연 월등했기 때문이다.
보통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고 한다. 김용희 감독도 "투수의 어깨는 연필과 같다. 많이 쓰면 몽당연필이 된다"고 확답했다. 그리고 "전병두가 재활을 열심히 했어도 그만큼 내상이 깊었던 것이다. 5년을 기다렸는데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수 특히 투수 관리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선수는 결코 "힘들어서 오늘은 쉬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관록과 경력이 있는 '베테랑' 선수라면 팀에 따라서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의 전병두처럼 1군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하는 선수가 코칭스태프에 휴식을 요청할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당시 SK를 바깥에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그때 SK는 내부적으로 강한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투수가 쉬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전병두는 내성적인 성격이고 힘든 내색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트레이닝 파트가 중요하다. 선수들의 타고난 몸 상태와 생체 리듬은 제각각이다. 어떤 선수는 유연성과 타고난 회복력을 과시하는 반면 또 어떤 선수는 피로 회복을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대 야구는 예전처럼 운동 신경 하나만 가지고 '막가파'로 덤빌 수 없다. 선수들의 평균 은퇴 시기가 늘어나는 것도 '관리 야구' 트랜드의 영향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국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감독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트레이닝 파트가 코칭스태프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몸 상태를 보고해도 감독이 기용하면 그만 아닌가. 또 다른 전병두 케이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의 '멀리 보는 눈'이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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