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게 '침대축구'는 낮설지 않다.
그라운드는 그들의 안방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중동 선수들의 모습은 짜증을 넘어 울화가 치밀 정도였다. 가뜩이나 풀리지 않는 경기마다 터져 나오는 중동판 '침대축구'는 실망과 한숨으로 이어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승승장구 했던 슈틸리케호도 지난달 시리아전(0대0 무)에서 '침대축구'의 위력을 톡톡히 경험했다.
슈틸리케호의 10월 A매치 2연전 화두는 '공격 축구'다. 시리아전의 반면교사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추고도 선제골을 뽑아내지 못해 상대의 기를 살려줬고, '침대축구'의 빌미를 제공했다. '보다 적극적인 경기 운영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카타르, 이란과의 악연도 있다. 두 팀은 최종예선 조편성 당시 한국과 B조 수위를 다툴 팀들로 꼽혔다. 실력 못지 않게 침대축구에 도가 튼 팀들이기도 하다. 7일 수원 원정에 나서는 카타르나, 11일 안방에서 슈틸리케호를 상대할 이란 모두 일단 경기 흐름을 쥐게 되면 '침대축구'를 펼칠 공산이 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공수 안정에 기반한 공격축구와 선제골'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는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슈틸리케호 최고참으로 카타르, 이란전을 준비 중인 곽태휘(35·FC서울)는 "중동 선수들의 성향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유리하게 흐름을 끌고 갔다면 그런 모습(침대축구)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도 승점 1점이 간절한 승부였던 만큼 전술의 일부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침대축구라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우리가 빌미를 준 것이다. 이번에는 침대축구를 하기 전에 우리가 좋은 모습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굳이 훈련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경기를 하다 드러나는 어려운 부분은 투지있고 강하게 극복하면 된다. 상황대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로 9월 2연전을 건너 뛴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은 '보은포'를 다짐했다. 석현준은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중요한 이번 두 경기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지난 시리아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비디오로 분석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말을 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선제골도 넣고 싶다"고 다짐했다.
슈틸리케호는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소집 이틀 째 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은 이날 훈련 초반 20분 만 취재진에 공개하면서 카타르, 이란전 필승을 위한 본격적인 전술 담금질을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B조 3차전 출사표를 밝힐 계획이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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