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비는 기록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아웃카운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가을 무대에서는 외야수들의 화려한 수비가 진짜 주인공이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2일 창원 마산구장. 감탄을 자아내는 수비는 4회초에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산 오재원이 친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다. 타구가 빠르고, 힘있게 뻗어 나갔다. 얼핏 봐도 안타. 중견수 팔을 넘겨 펜스 앞까지 굴러가면 2루타도 충분했다.
그런데 NC 중견수 김성욱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타구를 쫓았다. 그리고 공이 낙하하는 지점을 찾아 글러브를 낀 팔을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타구가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스로 가속도가 붙은 김성욱이 펜스 앞까지 뛰어갔지만, 공은 그대로 아웃카운트가 됐다. '슈퍼 캐치'였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와 같은 외야수들의 '슈퍼 캐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명승부로 꼽혔던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연전 내내 수비수들의 현란한 타구 처리가 돋보였다. 특히 2차전 LG 양석환의 안타를 지운 KIA 우익수 노수광의 슬라이딩 캐치는 8회 2사 1,3루 실점 위기를 그대로 없앴다. 좌익수 김주찬도 벌러덩 누워 타구를 잡는 호수비를 펼쳤다. 두 팀 모두 방망이는 답답했지만, 수비수들의 집중력만큼은 역대 최고였다.
LG와 NC의 플레이오프 3차전 '깜짝 주인공'이 된 LG 안익훈의 호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LG와 NC는 1-1 동점으로 연장에 접어드는 접전을 펼쳤다. NC의 득점 찬스인 11회초 2사 주자 1,2루. NC 나성범의 장타성 타구를 안익훈이 빠른 발로 뛰어가 잡았다. 쉽지 않은 타구였다. 타이밍에 맞춰 팔을 뻗는다고 해도 도박에 가까웠다. 그러나 안익훈의 승부는 정확했고, LG를 수렁에서 구하는 캐치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안익훈 말고도 외야에서 호수비들이 쏟아져나왔다. 3회말에는 NC 김준완이 LG 김용의의 안타를 증발시키는 다이빙 캐치를 선보였고, 8회말에는 이에 보복하듯 NC 우익수 나성범이 LG 채은성의 안타성 타구를 몸 날려 잡아 아웃카운트로 바꿨다. 안타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나성범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7회 1사 2루 실점 위기에서 오재원의 타구를 뛰어가는 중에 잡아내는 '슈퍼 캐치'를 했다.
외야수들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이번 포스트시즌 전체적인 컬러와도 일맥상통한다. 정규 시즌은 역사상 가장 심한 타고투저였지만, 정작 단기전에 들어서니 1점 내기가 힘든 투고타저가 계속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직접 참가했던 팀 코칭스태프조차 "상대 투수들의 비디오를 다시 보고, 분석해봐도 아주 못 칠 공은 아닌 것 같은데 유독 공격이 안 풀린다"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과 공격에 대한 부담감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수비 집중력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모 구단 수비 코치는 "선수들이 공격이 잘 안 풀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수비는 평소보다 집중력이 좋아졌다. 큰 경기에서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느정도 구장 영향도 있다고 본다. 올해 잠실구장에서 치른 경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수비 중 다수가 잠실 경기에서 나왔다.
이번 가을 외야를 수 놓는 '슈퍼 캐치' 열전. 팬들에게 확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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