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25·울산 현대)은 입을 굳게 닫았다.
이정협은 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제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교체명단에 포함됐지만 출전에 실패했다. 제주와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이정협의 자리는 없었다. 경기 후 이정협은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한 시즌 내내 그를 감싸고 있는 부담의 무게가 더욱 커졌다.
'마음의 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정협은 11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호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3월 이후 약 8개월 만의 복귀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 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위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경기를 치른 현재 우즈베키스탄, 이란에 밀린 3위다. 11월 15일 우즈벡과의 최종예선 5차전이 슈틸리케호의 운명을 결정 짓는 무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을 선발하자 또 논란이 일었다. 울산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고 있는 이정협이지만 K리그에서 보여준 기량이나 기록 모두 태극마크를 달기엔 부족하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 발탁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정협과 김신욱(28·전북 현대)을 각각 플랜A, B로 지칭하면서 논란을 부채질 한 것도 문제였다.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본 이정협 입장에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정협은 대표팀에 들어가선 안되는 선수일까. 이정협을 올 시즌 지도한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감독이라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그는 "실력유무를 떠나 팀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선수라면 발탁하는 게 지도자의 심리"라며 "골을 못넣더라도 팀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위기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잘 아는 공격수'인 이정협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정협은 클래식 29경기서 4골-1도움에 그쳤다. 한때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불렸던 이름값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한 성적표다. 훈련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뛰어난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으나 실전에서 득점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윤 감독은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협이 과연 우즈벡전에 중용될 지는 미지수다. '슈틸리케의 신뢰' 만으론 대표팀 내 경쟁을 이길 순 없다. 윤 감독은 '근성'을 강조했다. "(이정협은) 심성이 워낙 착한 선수다. 하지만 프로라면 물고 늘어지는 승부근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과연 이정협이 달라진 모습으로 '황태자'라는 옛 칭호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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