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승회까지만 즐기고 싶다."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서로에게 샴페인을 뿌리면서 우승의 기쁨을 즐기고 있을 때. 그라운드 한켠에서 이 모습을 미소를 띄며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김태룡 단장이었다.
OB 베어스에 1990년 입사한 김 단장은 그동안 매니저 등 운영팀에서 오로지 두산의 우승을 위해서 살아왔다. 매니저였던 95년, 운영팀장이던 2001년, 그리고 단장으로 재직한 지난해와 올시즌 총 4번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본 베어스맨이다.
눈가가 촉촉한 상태로 취재진을 만난 김 단장은 "매니저로 한번, 운영팀장으로 한번, 단장으로 두번 우승했다. 프런트로서 이렇게 하기도 힘든 것 아닌가"라고 웃으면서 "이렇게 잘하는 팀의 단장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우승의 기쁨을 말했다.
지난해 3위의 성적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을 때의 기쁨은 그 어느 때보다 컸을 듯. 그리고 맞은 올시즌은 부담이 상당히 컸다고 했다. 김 단장은 "예전에 우승하고 다음해에 성적이 곤두박질 친 적이 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되지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면서 "오랫동안 프런트 생활을 해왔는데 팀을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우리도 그랬고, 다른 팀들도 많이 그랬다"고 했다.
두산 우승의 원동력으로는 모두가 합심한 팀워크를 꼽았다. "사실 NC에게 순위에서 역전됐을 때가 우리 팀에겐 위기였다. 그런데 팀이 안좋을 땐 여러 잡음이 나오게 마련인데 우리팀엔 그런게 거의 없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너무나 합심해서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이제 두산 왕조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 단장은 고민이다.
두산 왕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가장 보완해야할 곳으로 역시 불펜을 꼽았다. "고민이야 다 알고 계시지 않은가. 불펜 아니겠나"라고 말한 김 단장은 "감독이 선발 다음에 바로 마무리로 갔다. 그만큼 불펜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불펜진 보강이 숙제라고 했다.
"사실 우승해서 좋은데 머리속 한켠엔 다음시즌 걱정이 계속 남아있다"고 말한 김단장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조금 뒤에 하고 싶다. 딱 축승회까지만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라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다 버린듯한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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