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하잖아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 체육계 사람들은 한숨 속이다. 맞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스포츠는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았다. 체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태환부터 김연아까지, 꼬리를 무는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은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이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 당시 김동성에게 쇼트트랙 주요 보직을 맡기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강릉시청 쇼트트랙팀 감독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동성은 이를 거절했고, 미운털이 박혔다.
'피겨여왕' 김연아도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연아는 최순실의 최측근 차은택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합작품인 늘품체조 홍보를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찍힌'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연아는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초청을 받고도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년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김연아는 당시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인터넷 투표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스포츠영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국정감사에서 '나이 제한 규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초 스포츠영웅 선발 규정에 나이 제한은 없었다.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마린보이' 박태환도 피해자였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면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징계가 끝난 뒤에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대한체육회는 '약물 복용이 검출된 선수는 징계 후 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규정을 제시했다. 이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로 생긴 조항이다.
당연히 이중징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마지막까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했다. 리우올림픽에 가더라도 선수가 아닌 멘토로 동행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김 종 전 문체부 제2 차관은 박태환을 만난 자리에서 "리우올림픽에 선수가 아닌 이호준(15)의 멘토로 다녀오라"며 "이후 기업스폰서와 광고는 물론, 향후 교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왜 '국민영웅'이 타깃이 됐을까
'국민영웅'들은 왜 블랙리스트에 올랐을까. 사실 이 질문에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못한다. 수영 관계자 A씨는 "생각해보면 박태환이 잘못한 것은 없다"며 "왜 박태환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 해답은 유명스타라는 데 있다. 문체부는 정유라가 개입된 승마협회 비리 등을 파헤치려는 목적으로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를 만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그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천하의 박태환조차 예외는 없다'는 메시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국제적으로 이중징계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그들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결국 박태환의 CAS제소로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홍보전문가 B씨는 "스타마케팅은 확실한 홍보 효과가 있다"며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최고 중에서도 최고다. 100점 만점으로 120점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국정농단 세력은 국민영웅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누리고자 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자 앙심을 품은 이들이 사적인 보복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정황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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