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천안유관순체육관.
경기를 지켜보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1세트에 이어 2세트마저 끌려가자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괜찮아. 끝까지 한 번 버텨봐. 그러면 너희 힘이 나올테니까 걱정말고 해"라며 자신감을 일깨웠다.
작전 시간을 마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최 감독의 바람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버텼다. 상대의 강서브도 이를 악물고 받아냈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승점 25점)은 세트스코어 3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2위로 뛰어올랐다.
시즌 전 전망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의 올시즌은 고난이 예상됐다. 우선 지난 시즌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선수 오레올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태웅 감독의 2년차 징크스도 우려됐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최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한 것 같다. 문성민은 중요한 순간 해결해주고, 노재욱은 토스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 감독은 "우리 팀이 지난 시즌 스피드 배구를 도입했다. 걱정하는 분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스피드배구를 앞세워 승리를 챙기다보니 자신감을 쌓은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다소 낯선 개념인 스피드배구를 도입해 한발 빠른 배구를 선보였다. 경기를 치르며 손발을 맞춘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8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현대캐피탈만의 독특한 훈련 방식도 '버티기'의 원동력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하나의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멀티 포지션을 훈련한다.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 라이트 문성민은 세터, 센터 신영석은 라이트 포지션 등을 체험하며 '만약'을 대비했다.
다른 포지션 경험은 동료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배경이 됐다. 훈련 당시 라이트 포지션에서 오픈 공격 등을 체험한 신영석은 "성민이가 이렇게 힘든 역할을 하는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료의 어려움을 알게된 선수들은 한 발 더 뛰는 배구로 서로를 돕고 있다. 팀워크가 단단해졌음은 물론이다.
최 감독은 "배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주장 문성민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는다. 선수들의 믿음이 단단해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버티기에 나선 현대캐피탈은 오는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맞붙는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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