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의 '레전드' 김성한 전 KIA 감독(58)은 KBO리그 투타 겸업의 원조다.
김 전 감독은 기록 제조기였다. 프로야구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고, 처음으로 30홈런을 넘겼다. 김 전 감독은 진귀한 기록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10승-10홈런'에 타점왕까지 차지했다.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도 투타 겸업을 시도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겸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팀 사정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에 해태 선수는 14명뿐이었다. 다른 팀도 비슷했지만, 해태를 지휘했던 故 김동엽 감독이 김성한의 재능을 믿고 겸업을 권유했다.
김 전 감독은 "원래는 투수였다. 팔꿈치 부상 때문에 대학 때부터 타자 전향을 생각하고 있었고, 프로에서 타자로 뛰고 싶었다. 그런데 팀에 워낙 투수가 부족해 시즌을 꾸려나가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투수로도 뛴 것이다. 투수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타격 연습에 집중하면서, 등판이 필요할 때만 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스피드건도 없었고, 변화구도 다양하지 않았다. 그냥 제구 위주로 공을 던졌다"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와의 경기를 꼽았다. "해태가 3연전 중 2승을 먼저 하고, 마지막 날 선발 투수가 나였다. 그때 5대0 완봉승을 거뒀다"고 했다.
그가 투수로 마지막 등판한 것은 1986년. 1982년 26경기, 1983년 4경기, 1985년 10경기를 던졌고, 1986년 1경기(3이닝 3실점 패전)에 나섰다. 이후 타자에만 주력했다.
투수를 그만둔 이유는 심해진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무리하게 등판하면서 부상이 깊어졌다.
김 전 감독은 "당연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는 나이가 젊어서 그런 등판이 감당된 것 같다"며 "몸을 풀지도 못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3루수로 나갔다가 팀이 어려워지면 구원 투수로 등판하는 주먹구구식이었다. 등판 준비할 시간이 어디 있나. 급하면 나가는 것이었다"고 했다. 당연히 몸이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김 전 감독이 보는 오타니는 어떨까.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래도 불펜이 아니라 선발 등판을 하는 선수라 나보다는 나을 것 같다.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을 때 뛰어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투수의 부상 염려도 있고, 지명타자가 있어야 더 많은 타자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수비가 약해도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인정받울 수 있다"며 지명타자제에 찬성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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