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지막이니까요. 후회를 남기면 안 되잖아요."
KIA 타이거즈 '베테랑' 외야수 김원섭(38)은 일찍부터 2017년을 자신의 마지막 시즌으로 정해놨다. 꼭 마흔살이 되는 해다.
그는 늘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말한다.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1년만에 KIA로 트레이드됐고, 그 후로도 4년 동안 줄곧 2군 선수였다.
김원섭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나이 서른이 다 됐을 무렵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갖지도 않았고,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한 타석, 한 경기. 주어진 작은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백업 멤버에서 1군 주전 요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그 후로도 순탄치는 않았다. 이름을 조금 날릴 만 하니 허리 디스크에 간염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간염 때문에 풀타임 소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김원섭은 늘 자기 자신과 싸웠다.
그러나 성실함이 모든 악조건을 이겼다. 소원이었던 1군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한 후 그는 "이 이상의 목표는 없다"고 했다. 다른 기록보다 경기수를 소중히 여기는 것 역시 김원섭답다.
일찌감치 마지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1군에서 110경기를 뛰었지만, 올해는 37경기로 줄었다. 부상도 있었고,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밖에 없는 팀 사정상 김원섭을 자주 보기는 힘들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김원섭은 "냉정히 봤을 때 내년에도 내게 많은 기회가 오기는 힘들다. 어린 후배들도 키워야 하고, 좋은 선수들도 들어왔으니 내 자리는 무척 작다"고 말했다. "나는 무척 냉정하게 현실을 본다"며 웃음 지은 그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마지막 시즌이니까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김원섭은 후배들보다도 빨리 내년에 초점을 맞춰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벌크업'을 시도 중이다.
김원섭은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서 몸을 키우고 있다. 솔직히 쉽지는 않더라. 식단을 트레이너가 짜주는 대로 하루에 5끼씩 먹고 운동도 엄청나게 많이 한다. 억지로 먹는 것도 정말 곤혹스럽다. 초기에는 2번 정도 체했다. 계란, 닭가슴살 이런 메뉴로 먹으니까 정말 힘들더라. 그래도 무조건 먹었다"고 생생한 체험담을 전했다.
성과는 이미 있다. 처음 시작할 때 75㎏였던 체중이 82㎏까지 불었고, 몸 전체가 커졌다. 목표 체중은 근육량 증가 포함 85㎏이다. 김원섭은 "그렇게 일평생 살이 안 찌더니 죽도록 많이 먹고 운동을 하니까 찌긴 찐다. 나도 신기하다. 이제 몸이 적응을 한 것 같다. 음식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안 먹으면 배가 고파서 다른 것이라도 찾아 먹게 된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내년 시즌에 대단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 하는 시도가 아니다. 김원섭은 "후배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해봤다"고 말했다.
"체중이 늘고, 살이 붙으면 더 힘이 생길 선수들이 있다. 내가 그랬듯이 살이 안 쪄서 힘든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 사실 벌크업 효과가 눈에 보이니까 내가 먼저 후배들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해줄까 고민도 했었는데, 후배들의 전화가 먼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야 그때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며 간접적인 메시지를 띄웠다.
'벌써 코치를 준비하는 거냐'고 묻자 "야구를 천년만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김원섭은 2017년을 은퇴 시즌으로 정해놓은 후 꾸준히 후배 양성에 관심을 보여왔다. 스스로 관심도 많고, 노력형 선수였기 때문에 더 가능한 목표다.
그가 바라는 작별 인사는 어떤 모습일까. 김원섭은 "팀 성적도 좋고, 나도 잘한 후 은퇴하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TV로 봤는데, 후배들이 '기대보다 잘했다'는 주위 평가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년에 야구를 잘하려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마지막이니까,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면서 맞이하고 싶다. 안되면 미련 없이, 깨끗이 놓을 수 있도록."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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