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코트에 서면 배구가 새로워요."
윤봉우(34·한국전력)는 V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2002년 현대캐피탈 입단 이후 14년 동안 한결같이 팀을 지켰다.
조카뻘 선수들과 코트 위에 서는 윤봉우. 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아직도 열정이 가득했다. "지금도 코트에 서면 배구가 참 새롭다."
윤봉우는 지난 6월 정들었던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윤봉우에게 코치직을 제의했다. "정말 고민 많이 했다. 현대캐피탈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숙소생활에서의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감독님, 동료들과의 추억도 참 많이 생각났다"고 회상했다.
수 많은 기억들이 윤봉우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고심 끝 이적을 선택했다. 윤봉우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 뒤 "그래도 선수로서 코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고 배경을 밝혔다.
장고 끝 결단,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한물 간 건 아닐까?'
당당히 실력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윤봉우는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운동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노련미까지 더 해 '완전체 센터'의 정석을 보여줬다. 윤봉우는 고비처마다 블로킹과 속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윤봉우는 13일 기준 45개의 블로킹을 기록해 이 부문 단독선두다. 세트 평균 0.738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킨 셈. 2위 최민호(38개, 세트 평균 0.633개)를 큰 차이로 앞섰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꾸준히 몸 관리를 하고 내가 팀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을 뿐이다."
윤봉우의 활약 속에 한국전력은 올시즌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특히 친정팀 현대캐피탈과의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윤봉우는 "공교롭게 친정팀을 계속 이겼다"고 웃은 뒤 "옛 동료들과 서로 '살살하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팀의 분위기와 컨디션이 조금 더 좋아서 승리했던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오랜 기간 배구공을 잡아온 윤봉우. 하지만 길었던 시간 속에서도 올시즌은 가장 특별하다. 윤봉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정해진 대로 훈련하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 현대캐피탈에서는 출전시간이 줄면서 다소 위축됐던 부분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엔 경기를 많이 뛰고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한국전력은 선수 간 유대감과 소통을 중시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나도 팀에 하나돼 즐겁게 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V리그도 반환점을 돌고있다. 부상이나 체력적 부담이 없냐고 물었다. 윤봉우가 웃으며 답했다. "전혀요. 저 계속 운동 열심히 해서 좋은 컨디션 유지하고 있어요. 팬들께 좋은 모습 오래 오래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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