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피고인'이 23일 첫 방송됐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 악인 차민호(엄기준)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1회에서는 박정우와 차민호의 만남부터 차민호의 만남, 행복했던 박정우가 순식간에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자로 전락해 감옥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작품은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의 후광 효과와 지성, 엄기준에 대한 기대 심리를 바탕으로 첫 방송부터 1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꿰찼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이 기운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까.
우선 지성과 엄기준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 좋다.
'믿고보는 배우' 중 하나인 지성은 극과 극 연기로 극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과거에서는 능글맞게 차민호를 압박하는 정의로운 검사이자 딸과 아내를 살뜰하게 챙기는 자상한 가장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4개월 동안의 기억을 잃고 딸과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죄수로서의 혼란과 분노, 억울함을 가슴 저린 오열 연기로 풀어냈다.
'유령', '골든크로스', '악몽선생' 등 악역을 맡을 때 유달리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악역 장인' 엄기준은 탁월한 1인 2역 연기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차명그룹 차영운 회장의 장남이자 대표 차선호를 연기할 때는 젠틀하고 매너 좋은 인간상을 드러냈지만, 그의 쌍둥이 동생인 차명그룹 부사장 차민호를 표현할 땐 분노 이외의 감정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로 완벽 변신했다.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들을 죽이고 친형마저 살해하려 하는 그의 모습은 소름 그 자체였다.
이렇게 '피고인'은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기분 좋은 시너지를 내며 역대급 흡입력을 뽐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권유리다.
소녀시대 멤버인 권유리는 2007년 '못말리는 결혼'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고 이후 '패션왕' '동네의 영웅'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주연으로 꾸준히 발탁됐으나 특별한 연기력 논란은 없었고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피고인'에서의 연기가 어떨지 예상할 수는 없다. 권유리가 맡은 서은혜 캐릭터는 박정우를 위해 싸우는 국선변호사다. 권유리에게 있어 법정물이나 전문직 여성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연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린다.
또 '피고인'이 지성과 엄기준의 화려한 연기 대결에 힘입어 첫 방송부터 선방한 탓에 작은 실수 하나에도 혹평이 따라올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있다. 그래서 권유리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가 '피고인'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피고인' 자체적인 힘이 얼마나 될지도 복병이다. 사실 '피고인'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드라마인 만큼, 그 소재나 스토리에 진부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식스센스급 반전이 있지 않는 한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고, 이는 극을 처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피고인'의 캐릭터 설명과 전개는 다소 미흡했다. 첫 방송만 보고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엄기준의 차민호 캐릭터가 왜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을 더해줄 필요가 있고, 차민호의 차선호 위장 등 어설픈 전개를 좀더 촘촘히 당겨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피고인'은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어 생명을 유지하는 뻔한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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