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9일 강릉아이스하키센터가 들썩였다. 백지선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이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2대5 패배. 1차전 3대4 패배에 이은 2연패. 그러나 하키센터는 격려의 환호로 가득찼다. "잘 싸웠다", "러시아가 제일 잘 한다던데 우리도 크게 밀리진 않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대다수 팬들의 반응이었다.
한국의 아이스하키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1928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세계에선 '곁가지'에 불과했다. 큰 물줄기에 발을 담그지 못했다. 세계 무대와의 격차는 현격했다.
열악한 환경과 얇은 선수층, 부족한 인프라로 성장이 더뎠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스하키계의 '아웃사이더' 한국은 포기를 몰랐다.
2012년 캐나다 출신 레프트윙 브락 라던스키(안양 한라)를 귀화시키며 선수풀 확장에 나섰다. 평창올림픽 전까지 7명 귀화를 구상중이다. 현재 귀화선수는 6명이다.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캐나다대표팀 경험을 갖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 감독을 2014년 선임했다.
급성장을 했다. 2015년 4월 네덜란드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디비전1 그룹A에 올랐다. 2016년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등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각각 1대3, 0대2로 패했으나, 지난달 9일 덴마크와의 2017년 KB금융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 첫판에서 4대2 승리를 거두며 설욕했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린 2017년 2월 삿포로아시안게임. 백지선호는 최종전에서 '숙적' 중국을 10대0으로 완파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한국의 현주소는 23위다. 러시아와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빠르고 강한 포어 체킹(전방 압박)으로 러시아를 당황케 했다. 숀핸디드(1명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침착히 라인을 유지하며 위기를 넘겼다. 2차전 2피리어드에선 2-1로 앞서기도 했다. 백 감독은 "러시아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잘 해줬다. 특히 1차전은 환상적이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훈련과 경기를 통해서 채워가겠다"고 했다.
강릉서 열린 러시아 2연전은 백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도 있었다. 모친의 고향이 강릉이다. 백 감독은 "어머니의 고향에서 한국을 대표해 경기를 한다는 게 소름 돋을 만큼 놀라운 일"이라며 "매일매일 선수들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내년 열릴 평창올림픽에서 랭킹 1위 캐나다를 비롯, 체코(5위), 스위스(7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지만 메달 획득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전을 통해 보여줬다.
평가전 종료 후 해산한 백지선호는 4월초 재소집된다. 다음달 2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 출전한다. 목표는 사상 최초 월드챔피언십 승격이다. 카자흐스탄(16위), 오스트리아(17위), 헝가리(19위), 폴란드(20위), 우크라이나(22위)와 자웅을 겨뤄 2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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