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가는 길'의 마지막 항로, 파도의 연속이었다.
'현지화' 논란은 슈틸리케호를 흔든 파도 중 하나였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 중인 수비수들을 겨냥했다. 슈틸리케호가 지난해 10월 치른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3대2 승), 이란(0대1패)전에서 고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수비수들의 부진이 K리그보다 '한 수 아래'인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한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유럽-남미 출신 스타들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싹쓸이 하는 '차이나 머니'가 세계 축구의 줄기를 바꾼 지 오래지만 슈틸리케호 수비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별개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신뢰를 굽히지 않았다.23일(한국시각) 중국 창사에서 열릴 중국과의 최종예선 A조 6차전 센터백 자리를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 홍정호(장쑤 쑤닝) '중국파 3인방'에게 맡기기로 했다. 중국 슈퍼리그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국적 상관 없이 비중국인 선수 3명만 출전)이 바뀌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시즌 개막 전까지 정상적으로 준비를 해왔다. 몇 달째 뛰지 못한 선수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FC서울) 등 센터백 자리에 부상 변수가 생기면서 구상이 틀어졌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된 K리거들이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는 점도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파 선수들을 선택한 배경이다.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이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이 장기화되면 우리 대표팀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중국파 센터백 3인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다. 중국 대표팀 공격 선봉에 설 가오린(광저우 헝다), 우레이(상하이 상강), 위다바오(베이징 궈안), 하오쥔민(산둥 루넝) 모두 슈퍼리그에서 오랜 기간 맞대결 한 선수들이기에 패턴을 훤히 꿰뚫고 있다. 홈 이점을 등에 업고 거세게 슈틸리케호를 몰아칠 중국을 잡기 위한 선결 과제는 수비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장현수는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프리 시즌 기간 몸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컨디션에 큰 문제는 없다"며 "이란전 당시엔 우리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지만 당시 경험이 약이 될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결과로 실력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센터백 3인방의 이번 중국전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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