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신록의 무성함 만큼이나 먹을거리도 넘쳐나는 계절이다. 이맘때 별미 중 빼놓을 수없는 게 있다. 바지락이다.
특히 뻘에서 갓 캐낸 바지락으로 끓인 국물, 마치 희미한 물안개와도 같은 뽀얗고 시원한 국물은 간밤의 숙취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새콤 달콤 쫄깃한 무침과 부드럽고 고소한 죽은 또 어떠한가?
그래서 바지락이 많이 나는 곳에 사는 갯가 사람들은 계절의 진미로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기서 조개는 단연 '바지락'을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지락은 배꽃-사과꽃이 피고 질 무렵부터 여름 산란기를 대비해 적극 몸만들기에 나선다. 평소 보다 바닷물을 열심히 빨아들이고 토해내며 미네랄 섭취를 크게 늘린다. 그 과정에서 몸집도 불린다. 그래서 오뉴월 바지락이 먹잘 것도 있고 유독 맛있는 이유다.
바지락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한다. 주로 모래, 자갈, 개흙이 뒤섞인 해역에서 많이 나고 자란다. 특히 바지락은 서민의 별미거리답게 그 식생 또한 까다롭지가 않다. 여느 조개들처럼 특정한 갯벌을 선호하거나 환경 변화에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다만 서식 환경에 따라 생장속도나 크기, 무늬가 다를 뿐이다. 아무래도 조수가 활발히 들락거리고 미네랄이 풍부한 뻘에서 자란 녀석들은 더 크고 맛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개류 중에서 가장 많이 먹고 있다는 바지락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언급 되어져 있을 만큼 일찍이 애용되어 오던 식재료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바지락을 '천합(淺蛤)', 속명을 '반질악(盤質岳)'이라고 적고 있다. '가로 세로 미세한 무늬가 있어 가느다란 세포(細布)와 비슷하다. 양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높게 튀어나와 있고 살도 풍부하다. 맛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산어보에 등장한 바지락의 속명 '반질악'은 한자를 써서 우리말을 기록하던 가차(假借)다. 따라서 반질악이 반지락, 바지락으로 변천 되었을 터다. 어린 시절 바지락을 '반지락'으로 부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지락은 맛 이상으로 몸에도 좋은 식재료다. 특히 바지락 국물은 담즙 분비를 돕고 간 기능 활성화, 조혈작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음주 후 바지락 국물은 숙취 해소제에 다름없다.
그렇다면 바지락 국물 맛이 유독 개운하고 깊은 풍미를 지닌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바지락이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영양성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바지락 특유의 타우린, 베타인, 글루탐산을 비롯해 이노신산 등 핵산류와 호박산 등의 성분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절묘한 하모니라는 것이다.
봄 바지락은 국물 이상으로 무침으로 먹어도 맛나다. 특히 바지락회무침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지만 따뜻한 밥과 곁들여도 그만이다. 갓 지은 쌀밥에 바지락회무침을 듬뿍 얹어 참기름 한두 방울 떨어 뜨려 비벼 먹는 맛이 일미다.
갓 캐낸 바지락에 돌미나리, 배, 오이, 양파, 참나물 등의 야채와 양념장, 막걸리식초를 한데 넣고 빨갛게 버무려 낸 새콤달콤한 무침은 입 안 가득 맑은 침을 고이게 한다.
하지만 바지락회무침은 갓 캔 것을 써야 하는 관계로 바지락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가 힘들다. 굴이야 채취 후 하루 이틀을 놔둬도 선도가 유지되지만 바지락회는 당일 생물이 아니면 제 맛을 낼 수 없다. 특히 냉동바지락은 국거리는 될 수 있어도 횟감은 안 된다. 탱탱한 탄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지락 파래전, 바지락죽도 봄철 최고의 '보양 별미'에 다름없다. 지금 전북 부안, 전남 목포, 보성 등 우리의 서남해안을 찾으면 봄별미의 진수 '바지락'을 만날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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