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전화만 오면 깜짝 깜짝 놀란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속이 탄다고 했다.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트레이너 파트는 선수 몸상태에 변화가 생기면 즉각 감독과 구단에 보고한다. 김 감독은 "트레이너가 전화만 하면 긴장하게 된다. '오늘은 또 누가 다쳤나' 하는 나쁜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다고 전화를 안받을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한화는 최근 주전 부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불운도 있고, 원래 취약했던 부분에서 부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날(3일) 주장인 외야수 이용규가 오른 손목 골절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았다. 1루로 전력질주를 하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었는데 오른 손목이 약간 꺾였다. 운이 나빴다. 3일 2군으로 내려간 외야수 최진행은 허벅지 근육을 다쳤다. 최소 3주 정도는 쉬어야 한다. 한화는 4일 경기에 앞서 외야수 김원석과 양성우를 2군에서 올렸다. 김원석은 허벅지 근육부상으로 한달을 쉬었다가 올라왔다. 지난달초 이용규의 팔꿈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던 무명스타다. 양성우는 지난달 수원 원정에서 새벽 술자리를 가져 선수단 내규를 어겨 벌로 2군을 다녀왔다.
한화는 지난주 치명적인 1군 엔트리 말소를 경험했다. 부동의 4번타자 김태균은 오른 허벅지 근육통으로 2군에 내려갔다. 1주일 가까이 팀과 동행하며 호전되기만을 기다렸지만 두번째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에서 뒤늦게 근육손상(찢어짐)이 발견됐다. 4주 정도 휴식과 재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외국인 에이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가 말소된 상태다. 본인은 원래 갖고 있던 부상이어서 다스리며 던져도 된다고 했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참에 치료와 휴식을 줬다. 비야누에바는 5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동안은 볼을 만지지 않았다. 1군 등판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군에 있다고 해도 온전치 않은 선수도 있다. 3루수로 주로 3번 타자로 나섰던 송광민은 오른 허벅지 근육통을 안고 있다. 무리하면 근육을 다칠 위험성도 있다. 송광민은 수비없이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은 "송광민이 내야땅볼 치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벤치에서 절대 뛰지마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그냥 타석에서 방망이만 휘둘러줘도 된다"고 말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4일 경기에서는 4회말 포수 허도환까지 왼쪽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했다. 경과를 봐야 경중을 알겠지만 한화로선 노란불이 들어온 셈이다.
한화는 김원석 김경언 김회성 등이 기존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버텨야할 판이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