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구도가 정해지는 것일까.
보통 프로야구 한 시즌이 치러지면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대략의 순위 구도가 생긴다. 시즌 초반에는 객관적 전력을 떠나 선수단에 전체적 힘이 있기에 대등한 승부를 한다. 또, 컨디션과 경기 감각이 100% 올라오지 않는 선수들도 많기에 변수가 많다. 경기수가 적어 순위 싸움에서 승차도 크게 벌어질 수 없다. 무더운 여름 선수들이 지칠 무렵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나 기존 승수를 많이 벌어놓은 팀들이 치고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2017 시즌 프로야구는 일찍부터 경쟁 구도가 잡혀가는 분위기다. 벌써 3강6중1약의 구도가 확연하다. 10일 선두 KIA 타이거즈가 kt 위즈에 발목을 잡혔다. 그 사이 2위 NC 다이노스와 3위 LG 트윈스는 1승씩을 추가했다. KIA와 NC는 2경기, NC와 LG는 반경기 차이다.
그리고 이 세팀과 중위권팀들의 격차가 일찍부터 너무 벌어졌다. 3위 LG와 4위 SK 와이번스의 승차가 4.5경기다. 양팀이 33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인데 말이다. 현장 감독들은 "3경기 차이를 줄이려면 1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기준으로 보면 벌써 4.5경기 벌어졌다는 건 엄청난 차이다. 그것도 3위와 4위 차이다.
4위 SK부터 9위 한화 이글스까지는 또 승차의 의미가 크게 없다. 순위는 5계단 차이인데, 승차는2.5경기 뿐이다. 그리고 이 밑에 1약 삼성 라이온즈가 있다. 9위 한화와의 승차가 벌써 7경기다. 삼성이 기적같은 연승을 벌이지 않는한 좁히기 힘든 수치다.
문제는 지금의 구도가 뒤집힐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강팀들은 막강한 투수진의 힘으로 순항하고 있다. KIA는 선발진이 극강이다. NC는 불펜이 좋다. LG는 선발-불펜 조화가 괜찮다. 타선도 다른 팀들에 비해 강하면 강하지 약하지는 않다.
중위권팀들은 아킬레스건이 있다. SK는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하고 불펜도 약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투-타 부조화가 심하다. 그나마 두산 베어스가 전력이나 선수들 이름값으로는 판도를 바꿀 후보인데, 부진한 주축 선수들이 확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몇몇 감독들은 "아무리 강팀 두산이라 해도, 지금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올시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넥센 히어로즈도 외국인 선수들 부진과 불펜 불안이 걱정이다. 한화 이글스는 종잡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 야구를 하고 있으며 kt는 아무래도 막내라 객관적 전력에서 선배팀들에게 밀린다.
삼성은 더욱 처참하다. 이제 상대들이 삼성에 1패라도 당하면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시즌 말미 최하위팀들에게 상위팀들이 절대 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시즌 초반부터 생겼으니 삼성은 더 힘겹다. 상대들은 이왕이면 좋은 선발투수들을 삼성 3연전에 투입해 최대한 승수를 쌓으려 하고 총력전을 펼친다. 삼성도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 반등 분위기를 만들 요소가 마땅치 않다. 그나마 외국인 선발 앤서니 레나도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는 게 실낱같은 희망이다.
시즌 초반부터 순위 경쟁 구도가 정해지면 지켜보는 재미는 반감한다. 결국, 이 구도가 무너지려면 특정팀들이 긴 연승, 긴 연패를 당해줘야 한다. 그런데 상위권 세 팀이 긴 연승은 해도, 긴 연패는 당하지않을 분위기라 지금의 구도가 일찌감치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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