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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유상무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을 때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낯빛에서 어쩔 수 없이 병색이 묻어 나긴 했지만, 남색 수트와 흰 티셔츠의 깔끔한 옷차림에 정돈된 헤어스타일은 '환자'라는 단어에서 오는 암울한 이미지를 몰아내기에 충분했다. "오다가 우연히 서경석 선배님을 만났는데, 암에 좋다면서 주시더라"며 토마토 두 알을 보여주는 그의 표정은 두 번의 악재를 겪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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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것보다 건강이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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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일들을 겼었다. 조금은 풀어진 모습도 이해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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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 받고 항암치료 중이라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상태인가?
제가 입원한 병실이 제가 돕던 소아암 환아들이 있는 곳 바로 위층이었어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아이들의 아픔을 알겠더라고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힘내라고 응원했지만, 얼마나 힘들지는 상상을 못했죠. 이제야 '이렇게 힘들었는데 나를 보고 웃어줬구나' 싶은 거죠. 아이들은 저보다 더 독한 치료를 받고 수술도 여러 번 했으니... 앞으로 제 인생의 십일조로 여기며 힘 닿는한 돕고 싶어요.
-기부를 시작한 건 대장암 판정을 받기 전이었는데, 어떻게 소아암 환아들에 관심을 갖게 됐나.
제가 실수도 많이 했고 모범적으로 살진 못했잖아요. 조금이나마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켠에 있었죠. 아무래도 제가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보니, 저와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갔어요. 대학생 시절에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무료 과외를 하기도 했었고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아함 환아들과도 인연을 맺게 됐어요.
-법정 공방에 이어 암 판정까지, 한 번 겪기도 힘은 일을 연이어 겪었다.
하나님이 두 번의 회초리를 때리신 것 같아요. 피소 당시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제 삶을 반성 많이 했어요. 왜곡된 소문도 있었고 해명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일단 다 미루고 결백만 밝히자 생각했죠. 5년 혹은 10년 후에 밝힐 기회가 올거다. 그런 생각으로 버텼죠. 힘든 걸 잊으려고 일에 몰두했어요. 새벽 4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아침 9시에 출근하고, 그런 식으로 살다보니 건강에 타격이 올 수밖에요. 그때 다시 (대장암이라는) 회초리를 맞은거죠. 그래도 이겨낼만큼 시련을 주신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죠.
-무혐의 판결이 나기까지 긴 시간이었을텐데 어떻게 지냈나?
휴대폰만 울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또 무슨 기사가 났나 무서웠죠. 사건 터지고 나선 잠을 한숨도 못잤어요. 한 달 간은 집 밖을 나가지 못했어요. 하루는 아메리카노가 너무 먹고 싶은데... 사러 나갈 수가 없는거예요. 어머니가 난생처음으로 사다주셔서 그걸 아껴 먹었죠.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집 앞 공원을 걸을 수 있게 됐을 땐 얼마나 감사하던지... 억울함이야 물론 있었지만, 어찌됐던 제가 벌인 일이니 감수하고 반성해야죠. 무엇보다 저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처음에는 '맞고소 할까' 그런 생각도 했죠. 하지만 진위가 판명나기 전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거예요, 성실하게 제 일을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용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참았어요. 최소 3년은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판명이 난거죠. 근데 어찌됐건 결국 제가 잘한건 아니니까...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혼나는게 당연해요.
-방송 활동 중단은 물론 당시 괄목한 성장을 보인 빙수사업도 손을 뗐다. 아쉽지는 않았나?
사실 제가 가진 지분을 점주들에게 나눠드리려 했는데... 절차상 너무 복잡해서 사표 수리하고 지분은 모두 회사에 넘겼어요. 아쉽기는커녕, 점주분들 다 찾아다니면서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죠. 저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봤고 자영업자인 점주들이 손해를 봤잖아요. 간판에 제 얼굴이 박혀있는데, 그것부터 내려야 되는 상황이었으니... 저희 엄마가 제일 먼저 제 얼굴 내리셨는걸요. 그러니 다른 분들은 오죽할까요.
-억울함보다 죄책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늘 죄스러운 마음이에요. 제가 출연 중이던 방송도 피해가 많이 갔죠. KBS 2TV '어느날 갑자기 외개인' 제작발표회 앞둔 상황이었는데 김상미 PD님께도 정말 큰 죄를 지었고, 출연진들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방송국 개념을 떠나 큰 뜻으로 개그맨들 모으셨는데 제가 재를 뿌렸죠. tvN '코미디 빅 리그' 김석현 PD님 박성재 PD님한테도 면목이 없고. '한 번만 다시 기회가 온다면 이렇게 살지 않으리', '성공해서 꼭 빚 갚겠다'고 매일 되새겨요.
-방송 복귀하고 싶은 생각은?
사실 처음에는 '용서받을 때까지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힘든 친구들 돕고 웃음을 주는 일인데, 제가 인지도 없고 영향력 없으면 이루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한 번만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런 생각을 하긴 하죠. 방송이 '그립다'라기 보다는 '참 감사했구나' 싶어요. 그 사랑, 관객이 보내주던 함성. 그땐 몰랐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되고 나니까 '내가 뭐라고 그런 큰 사랑을 받았나' 뒤늦게 깨달았죠. 예전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에 열등감 갖고 조바심 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요, 개그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인들이 부러워요. 앞으로 자선 공연 같은건 기회가 닿는다면 하고 싶어요. 방송에 복귀하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꾸준히 해서 제 진심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 그 전의 유상무가 아니구나. 새 사람 됐구나'하고요.
(장소제공=로네펠트 티하우스 상암 MBC점)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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