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구단 횡포에 맞서 싸웠지만 끝내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이 25일 항저우와 결별을 결정했다.
홍 감독은 2015년 12월 항저우와 계약했다. 기간은 2년이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그의 여정은 안갯속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재계약을 요청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고, 홍 감독도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중국 슈퍼리그가 올 시즌 부터 23세 이하 선수들의 출전을 의무화 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홍 감독은 항저우에서 젊은피 육성에 공을 들였고, 열매도 맺었다. 환경이 바뀌면서 항저우가 돌변했다. 계속해서 선수들의 이적을 요구하면서 홍 감독과 정면 충돌했다.
항저우는 최근 3연승 뒤 2연패를 거뒀다. 구단은 이를 빌미로 홍 감독과 대립각을 세웠고,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홍 감독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홍 감독은 항저우가 첫 클럽 감독 자리였다.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행정가 수업을 받다 2005년 지도자로 변신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코치 제의를 했고, 수차례의 고사 끝에 수락했다.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은 그는 2009년 감독에 선임됐다. 승승장구했다.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 18년 만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선물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감독의 운명을 그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쌓아 온 명성은 브라질월드컵에 묻혔다.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끝내 감독직에서 하차했다.
항저우에서 새로운 길의 문을 열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중국의 불확실한 시장은 홍 감독에게는 버거운 벽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