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수갑을 채울 수도 없고….'
VAR(Video Assistant Referees System·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앞둔 K리그에 '사각 모션' 주의보가 떨어졌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 위해 선수든, 코칭스태프든, 구단 관계자든 손을 함부로 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4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에서 K리그 클래식 코칭스태프, 주장, 구단 관계자 등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VAR 설명회를 가졌다.
다음달 1일부터 조기 도입되는 VAR 제도 운영 방침에 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었다.
VAR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위해 판독 의뢰 권한은 주심과 VAR 심판에게만 주어지고 4가지 명백한 오심(골 상황, PK 상황, 즉시퇴장, 징계조치 오류)에만 적용하는 것은 이미 전파된 사실.
이날 설명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코칭스태프-선수-팀 관계자 준수사항'이었다. 4가지 준수사항은 향후 구단 동의서에 포함돼 사실상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강력한 행동 강령이자 약속인 셈이다.
이 가운데 감독과 선수들을 긴장시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제3항 경고상황에서는 TV시그널을 보내는 선수 또는 말로써 비디오 판독을 항의하는 선수, 주심영상판독구역에 어떤 선수든 접근할 경우 경고를 주기로 했다.
제4항 퇴장상황은 더 엄격하다.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등 팀 관계자가 제3항의 선수가 하는 행위를 할 경우 가차없이 퇴장당하게 된다.
TV시그널은 손가락으로 사각형 TV 모니터 모양을 그리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수신호를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VAR이 적용됨에 따라 팬들도 자주 봤던 모션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심판만 할 수 있고 선수, 코칭스태프는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이다.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결승전에서 페널티킥 파울 판독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부 선수가 주심에게 TV시그널을 한 장면이 있었는데 주심이 경고를 주지 않은 것은 잘못된 판정이었다는 게 연맹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구단들은 TV시그널에 대한 우려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습관 관리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고, 서정원 수원 감독은 "옆에 있는 선수가 팔부터 잡으라고 해야 하나"라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선수들이 그동안 VAR이 적용되는 축구 중계에서 사각형 모션을 자주 봤던 터라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무의식 중에 TV시그널을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사격형 사인을 보내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다른 종목처럼 벤치에도 요청 권한이 주어졌으면 좋을 텐데, 벤치에서도 버릇처럼 사각형을 그렸다가는 큰 일 나겠다"면서 "만약 출전 중인 선수가 파울로 인한 경고를 받은 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엉겁결에 TV시그널을 했다간 경고 누적 퇴장이 아니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페널티킥 때 키커와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미리 진입하지 못하는 게 규칙인데 그동안 살짝 위반한 정도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선수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이제는 VAR로 인해 페널티킥 잘 넣고도 무효가 될 수 있는 만큼 '발 관리'도 잘 해야 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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