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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K리거 日러시 다시 시작됐다,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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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들의 발걸음이 다시 J리그로 향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이 개막되기 전부터 활황세다. 황의조의 감바 오사카 이적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김보경의 가시와행<스포츠조선 6월 21일 단독보도>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했던 팀의 핵심 공격수와 수비수가 J1(1부리그) 중하위권팀 이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적시장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흐름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골키퍼 자리에만 국한됐던 J리그의 영입전이 전 포지션으로 확대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도 변화로 넓어진 길

최근 수 년간 아시아 이적시장의 중심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올초 발표된 새로운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흐름을 바꿨다. 팀당 외국인 선수를 5명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출전은 3명으로 제한하면서 유럽-남미 출신 선수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K리거였지만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유럽-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J리그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외국인 3명에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 J리그 제휴국가 출신 1명 등 총 5명을 등록 가능케 했던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국적 관계 없이 5명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리그 제휴국가들이 모인 동남아 지역에서 수준급 선수를 찾기 어렵고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결론이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차라리 수준급 선수들을 더 데려오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아시아쿼터에만 국한됐던 한국 출신 선수들이 J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그만큼 넓어졌다.

▶돈벼락에 이은 쩐의 전쟁

이런 제도 변화 이면엔 '쩐의 힘'이 숨어 있다. 지난해 J리그가 영국 퍼폼과 맺은 10년 2조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이 판도를 바꿨다. 올 시즌 J1에 참가하는 18팀은 성적과 관계없이 '균등배분금'으로 3억5000만엔(약 35억원)을 받는다. K리그 클래식 우승상금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승팀은 우승상금 3억엔(약 30억원) 뿐만 아니라 '강화배분금' 15억5000만엔(약 158억원)의 돈벼락을 맞는다. 반면 J2(2부리그)로 강등되면 균등배분금은 1억5000만엔(약 15억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다. 이렇다보니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어졌다.

K리거는 J리그 내에서 '성적강화 보증수표'다. 매튜 스피라노비치, 조슈아 케네디 등 한때 K리거들을 밀어낸 호주 A리그 출신 선수들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돌아선 것과 달리, K리거들은 1993년 J리그 창설 이래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J리그 내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도 정성룡 김승규 권순태 김진현 조동건 윤석영 오재석 등 K리거들은 팀 주전 내지 핵심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현해탄을 건넌 수많은 K리거 선배들이 쌓아 올린 '실력-성실함-투쟁심'의 브랜드를 계승 중이다. 호주 등 여타 아시아 국가와 달리 일본과 문화적으로 이질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도 K리거들의 J리그 안착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K리그가 가야 할 길은?

당분간 J리그 러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K리거는 기량,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아시아쿼터'로 각광받고 있다. 한동안 고교, 대학 등 신예들이 J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이젠 K리그 주력급까지 전방위적인 영입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K리그가 '해외진출을 위한 수단' 내지 '병역이행을 위한 창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위축되자 일본이 살아나면서 K리그에겐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크게 위축된 국내 시장 여건이 일순간에 나아지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법과 여건상 해외 리그와 같은 거액의 독점 중계권 계약이 어렵고 세계 경기를 봤을 때도 해외투자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며 "K리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