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 이글스 덕아웃에서 낯선 모습이 연출됐다. 홈런을 터트린 이성열이 이상군 감독대행을 툭 치고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감독대행은 "잘 좀 하라고 했는데, 홈런을 치고 그러더라"며 웃었다. 이성열 입장에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한화는 꽤 오랜 시간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에 소통을 찾아보기 힘든 경직된 팀이었다.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지고, 감독 위주로 구단 운영이 이뤄졌다. 선수들에게 '감독님'은 하늘 높은 곳에 계신 분이었다.
지난 달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후 한화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불필요한 훈련, 휴일 연습이 사라졌다. 훈련을 하더라도 선수 입장에서 체력적인 면을 고려해 진행했다. 이 감독대행은 "감독마다 스타일, 지향점이 다르다. 감독대행을 맡으면서 조금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이전까지 위축돼 있던 선수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전격적인 감독 교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화는 미래를 위해,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 감독대행은 이에 화답하고 있다.
달라진 환경이 팀 전체에 힘을 불어넣었다. 한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이 감독대행 체제가 출범한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이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11승13패, 승률 4할5푼8리를 기록했다. 지난 주 구단이 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치겠다고 발표한 이후 7경기에서 5승(2패)을 거뒀다. 이 감독대행 체제가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한화는 20일 주축 전력 이용규 송광민 김태균이 빠진 상황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6대5, 1점차 승리를 거뒀다. 1~2회 5점을 내고 편하게 가는 듯 했는데, 선발 윤규진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5회 5-5 동점을 허용했다. 흐름이 넥센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한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윤규진에 이어 불펜을 가동해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 감독체제에서 투수 혹사는 없다. 돌려쓰고 당겨쓰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몰빵 야구'가 사라졌다. 승패와 무관한 경기에 필승조를 투입하는 일도 없다. 지금은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는 여정이다.
야구, 모른다. 수없이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좋은 분위기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령탑 교체가 팀 전체를 바꿔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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