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어려운 순간 빛을 발하는 법이다.
서울 이랜드는 위기다. 26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3으로 비겼다.
서울 이랜드는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시도했으나 정확도가 낮았다. 번번이 막혔다. 미드필더 아츠키가 분투했지만 전체적으로 투박했다.
스코어에선 리드를 쥐었으나 내용은 밀렸다. 레반, 크리스찬, 이호석 황인범을 필두로 한 대전의 공세에 고전했다. 전반은 그런대로 버텼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많이 밀렸다.
2-0으로 앞서던 경기. 결국 따라잡혔다. 후반 12분 대전 이호석에게 추격골을 헌납했다. 이후 전세가 기울었다. 일방적으로 밀렸다.
김병수 서울 이랜드 감독이 반전 카드를 뽑았다. 백지훈이었다. 벤치에 있던 백지훈은 후반 21분 고민혁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2선에 힘을 불어넣는 동시에 공격에 날을 세우기 위한 김 감독의 포석이었다.
그러나 백지훈 투입 후에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대전의 우세가 이어졌다. 서울 이랜드의 빌드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의 강한 압박을 풀지 못했다. 백지훈은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백지훈이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호시탐탐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그러나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백지훈을 의식한 대전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승부의 무게추는 대전에 완전히 기울었다. 결국 후반 32분 대전의 박대훈에게 동점골까지 내주며 2-2가 됐다. 백지훈은 후반 40분 맞이한 골키퍼 1대1 찬스를 놓쳤다. 빈 공간으로 절묘하게 파고들었으나 슈팅 타이밍이 늦었다.
이후 백지훈은 특유의 간결한 플레이로 반전을 도모했다. 결국 해냈다. 후반 43분 대전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든 백지훈이 헤딩 역전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크리스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비겼다.
짙은 아쉬움을 남긴 백지훈. 하지만 희망을 놓긴 이르다. 김 감독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백지훈은 올 시즌 부상으로 합류가 늦었다. 아직 100% 상태가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가면서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선발로 경기를 소화하기 힘들지라도 후반에 교체로 충분히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심 수비수 전민광을 비롯 조용태 주한성(이상 FW) 최치원 김준태(이상 MF) 김연수(DF) 등 6명의 주축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백지훈은 현 스쿼드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필드 플레이어다. 쉽지 않겠지만 백지훈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반등을 꿈꾸는 서울 이랜드. 그 중심엔 백지훈이 있어야 한다.
잠실=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