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경규 존재감이 정글을 바꿨다.
SBS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에서는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으로 대변될만큼 편안함을 추구해 온 이경규에게 38년 예능 인생 최대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러모로 정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가 고생을 자처한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거니와, 매회 희비가 엇갈리는 그의 정글 적응기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정글에 도착하자마자 후배들을 휘어잡을 것 같았던 이경규는 베이스 캠프로 향하는 과정에 이미 지쳐 '카리스마 실종'이 되는가하면, 족장의 필요성을 바로 수긍하고 되려 그의 눈치를 보는 모습으로 역전됐다. 힘들다고 툴툴 대는 그의 모습이 되려 출연자들의 적응력을 부각시키는 조명 역할을 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바다 낚시"라는 말에 혹해 출연했지만 실력발휘가 되지 않아 좌절하는 모습도 이경규이기에 웃음이 된다.
이경규의 고군분투가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호평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서는 김병만과의 '케미'로 또 한 번 반전을 선사했다. 치열한 생존을 뒤로 하고 잠시 동안 펼쳐진 '예능 대부' 이경규와 '국민 족장' 김병만의 진솔한 대화가 눈길을 모았다.
다른 모두가 탐사를 떠나고 이경규와 김병만 단둘만 생존지에 남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올가미를 만들며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갔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이경규의 걱정스런 물음에 김병만은 "아프기도 하지만 6년째 하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을 하면 적응이 안 되더라"며 '정글의 법칙'에 대한 애정과 고충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어 "집에 돌아가면 텐트를 들고 시골로 내려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이경규는 "나도 이런 데가 더 재밌는 것 같다. 중독되겠다"라고 웃으면서도 "정말 대단하다. 이해가 된다. 족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외로워 보였다"며 김병만을 위로했다.
늘 남을 챙기기만 했던 김병만이 방송에서는 6년만에 처음으로 드러낸 속내였다. 그는 이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이경규 선배님과 대화는 손에 꼽을 만큼 소중한 순간이었다"라며 "내 마음의 특별과외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족장'은 그가 아닌 누구도 감히 탐낼 수 없는 수식어다. 놀라운 근성과 체력, 적응력을 지닌 김병만과 극한의 생존 버라이어티의 만남은 운명이라 할 만했다. 김병만은 세계의 정글과 사막과 바다를 누비며 자신만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이처럼 예능이라는 정글 속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했기에 이 같은 고민은 새로웠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부족원들이 무조건 기대고 의지하는 김병만이었기에 사실 이 같은 이야기를 들어 볼 기회가 없었다 . 그런데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선배 이경규의 등장이 족장 김병만의 또 다른 면모를 이끌어 낸 것.
앞서 '정글의 법칙' 민선홍 PD는 "이경규 섭외를 생각한 것은 다른 정글을 보여주고 싶어서"라며 "많은 분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접점이 없는 카테고리에 있는 인물을 데려가면 어떨까, 새로운 정글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작진의 선견지명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섭외까지 3개월이 걸렸다는 이경규는 6년의 방송으로 익숙해진 정글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으로 탈바꿈 시킨 '신의 한 수'였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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