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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신욱의 PK골 실화 "프리킥 전 로페즈와 나눈 밀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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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한테 만원 받으러 가려고요. 하하."

울산전에서 짜릿한 프리킥골로 시즌 8호골을 신고한 김신욱(29·울산)이 '절친' 로페즈와의 골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전북-울산전 후반 25분, 전북에 프리킥 찬스가 찾아왔다. 전반 22분 이승기, 후반 6분 로페즈, 후반 12분 이재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앞선 상황, 골문 앞에 김진수, 이승기, 로페즈, 그리고 김신욱이 늘어섰다. 키커를 정하는가 싶더니, 김신욱이 로페즈와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이윽고 김신욱이 작심하고 낮게 깔아찬 프리킥이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의 '반전' 프리킥골은 4대0 완승의 피날레이자 백미였다. 관중석에서 '매의 눈'으로 경기를 주시하던 신태용 신임 A대표팀 감독도 반전 원더골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1강' 전북의 대승 후 김신욱이 직접 '반전 프리킥' 뒷이야기를 소상히 털어놨다. "로페즈가 '너 못 넣는다'고 하길래 '넣을 수 있다'고 했죠. 갑자기 '만원 내기'를 하자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에…(웃음) '그래, 하자'고 했죠." 불끈, 승부사의 오기가 발동했던 것일까. 낮고 빠르게 수비 틈새를 관통하는 환상의 프리킥 골이 터졌다. 시즌 8호골, 통산 110호골이었다. '헤딩머신' 김신욱이 '주지하다시피' 발밑도 끝내주는 전천후선수라는 사실을 A대표팀 신임 감독 앞에서 다시금 증명했다.

김신욱은 이날 프리킥에 모처럼 욕심을 낸 이유에 대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경기, 저의 컨셉트는 제가 희생함으로써 사이드, 미드필더들이 찬스를 잡게 하고, 골을 넣게 하는, 작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때처럼 뛰자는 거였어요. 저로 인해 주위에 찬스가 많아지게 하자는 작전이었죠."

김신욱은 전반 초반부터 희생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크로스보다는 패스로 공간을 열어주고 찬스를 만들어 미드필더들이 골을 넣게 하는 플레이를 작심했다. 패스 중심, 공간과 찬스를 창출하는 필드 플레이에 집중하되 한편으로는 '골잡이'로서 세트피스에서의 '원샷원킬'을 노렸다.

"골 찬스가 많지 않으니 프리킥을 한번 차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이)승기, (김)진수가 양보해주고, 승기가 블록까지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골이죠"라며 싱긋 웃었다. 모두가 합심한 골이었다. '전북의 전담키커' 김진수가 속임 모션을 취해 울산 골키퍼 김용대의 판단에 혼선을 야기했고, 이승기가 수비수들을 막아서며 김신욱의 골에 기여했다. "우리 팀에는 좋은 키커들이 정말 많아요. 진수도 넣고, 승기, 로페즈도 넣고, 이제 골키퍼들도 헷갈리겠죠."

김신욱의 프리킥 골은 드물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7월 19일 울산 시절 경남과의 복귀전(1대0 승)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린 지 딱 3년만에 전북에서 짜릿한 프리킥 골의 기쁨을 맛봤다. 그때도 김신욱의 프리킥 골 영상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때 그 골과 궤적이 비슷하다는 말에 김신욱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수비 맞고 굴절돼 들어갔었고, 이번에 100% 제 의도대로 들어갔으니, 그렇게 보면 이번 골이 점수가 더 높죠."

'만원내기'로 승부욕을 자극한 로페즈와의 환상 호흡도 언급했다. 이날 후반 6분 터진 로페즈의 복귀 후 첫 골 역시 김신욱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김신욱의 슈팅이 맞고 튕겨나오자 로페즈가 질풍처럼 쇄도했다. 골 직후 김신욱과 로페즈는 뜨겁게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김신욱은 "오늘 로페즈의 골도 정말 좋은 골이었다. 로페즈와는 정말 너무 잘 맞는다"며 감격을 표했다.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에 이은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가공할 '닥공'은 지난해 전북의 아시아 정상을 가능케 한 최고의 전술이었다. 김신욱은 사활을 건 울산전에서 헌신의 플레이를 떠올렸고, 자신의 프리킥 골보다 동료들의 골 폭풍을 더 기뻐했다. "작년에도 레오, 로페즈를 위해 공간을 비워주고 만들어주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했다. 오늘도 그 생각으로 뛰다 보니 찬스가 많이 났다. 오늘, 레오 생각이 많이 난다. 많이 보고 싶다." 프리킥 골 직후 '레오'를 기억하는 '쿵푸 세리머니'도 잊지 않았다.

이날 전북의 4골은 모두 순도만점이었다. 재간꾼 이승기가 시즌 첫 골을 넣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로페즈도 첫 골을 넣었다. 발 밑이 좋은 이재성은 헤딩골을 넣었고, 헤딩이 좋은 김신욱은 프리킥골을 넣었다. 최전방부터 2선 공격수들까지 모두 골맛을 봤다. '1강' 전북이 잘되는 이유,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말대로 "전북이 우승해야 하는 이유, 1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좀 있다 로페즈한테 만원 받으러 가야죠." 전반 내내 코피를 쏟으면서도 한치 물러섬이 없었던 '전북의 투사' '희생과 반전의 팀플레이어' 김신욱이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