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이 있는 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다."
16일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전북-상주전(3대1승)에서 '원톱' 이동국(38·전북 현대)의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탁월한 시야와 세밀한 움직임, 헌신적인 몸놀림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4-1-4-1 포메이션을 주로 쓰는 '닥공' 전북은 매경기 '원톱 전쟁'이다. '리그 최강 공격수' 이동국, 김신욱, 에두가 선발로 번갈아 뛰는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든 조건에서도 이동국은 늘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5월3일 대구전 이후 한달반만에 출전한 지난달 28일 포항 원정에서 멀티골로 통산 195골을 찍더니, 포항전 이후 4경기만에 선발로 나선 이날 상주전에선 '로페즈 18초골'의 시작점이 됐다. 에델의 두번째 골도 도왔다. 영리한 '국대 후배' 이재성과 측면 중앙을 오가며 눈빛 호흡으로 패스 줄기를 골문까지 이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패스의 질도,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도 클래스가 달랐다.
전반 17분, 이재성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이동국의 바이시클킥은 짜릿했다. 비록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서른여덟 나이가 무색했다. 후배들이 "3~4년은 더 뛰셔도 되겠다"고 했을 정도다. 찬스를 포착하는, 환상적인 움직임에 "이동국! 이동국!"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전반 40분,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쇄도하는 에델의 발밑에 정확한 패스를 찔러넣었다. 에델의 오른발 슈팅이 골망에 꽂혔다. 이동국의 올시즌 첫 도움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휘슬이 올릴 때까지 혼신의 슈팅을 쏘아올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달리고 또 달렸다. 흠뻑 젖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38세 골잡이의 모습은 뭉클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승리 후 이동국의 활약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연습 때 늘 보여줬던 몸상태다. 몸싸움도 잘하고 연계도 잘해주고 오늘 득점을 못했다는 것 빼고는 전방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기복이 없고 훈련 때도 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처럼 계속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후반 프리킥 쐐기골을 터뜨린 김신욱 역시 "오늘 동국이형이 진짜 잘하시더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경기 직후 만난 이동국에게 로테이션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을 유지하는 비법을 묻자 담담하게 답했다.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기복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그걸 해내야지만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기복이 있다는 것은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가끔 한번씩 나오더라도 내가 가진 실력을 경기장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이동국도 뽑을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한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큰 의미를 두기보다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신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인다. 저를 비롯한 K리그 모든 선수들이 국가대표의 꿈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할 것같다. A대표팀이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가서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국 선수도 헌신할 준비가 됐느냐"는 우회적인 질문에 "저는 뭐… 항상… 지금도…, 하하… 20년동안 헌신하고 있죠"라며 웃었다.
'대박이 아버지' 이동국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도 유쾌했다. 아래는 이동국과의 일문일답이다. 상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상주전 경기 소감은?
▶주중 제주 원정에서 패해서 분위기가 다운됐다. 오늘 상주전에는 조성환, 박원재, 저를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이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전반에 일찍 골이 나서 여유있게 경기할 수 있었다.
-골보다 이타적인 연계 플레이 중심으로 했던 것같다.
▶일단 첫 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뛰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회도 왔었는데… 당연히 나보다 더 좋은 자리의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도움 포인트와 함께 환상적인 바이시클킥도 있었다. 몸을 던지며 절실하게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게…. 애들이 3~4년 더 해도 될 것같다고 하더라(웃음) 올해 출전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뭔가 해야 하고, 팀이 필요로 할 때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어쨌든 그 슈팅은 아쉽다. 그게 들어갔다면 이슈도 될 수 있는 골이었을 텐데… 아쉽다.
-오늘 경기를 관전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이동국도 뽑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신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인다. 저를 비롯한 K리그 모든 선수들이 국가대표의 꿈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할 것같다. A대표팀이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가서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해야한다. 헌신할 수 있는 선수,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간다면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국 선수도 헌신할 준비가 됐나?
▶저는 뭐… 항상…(웃음) 지금도…, 20년동안 헌신하고 있는데…(웃음)
-에두, 김신욱 선수와 매경기 원톱 로테이션이 되고 있다.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기복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그걸 해내야지만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기복이 있다는 것은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가끔 한번씩 나와도 내가 가진 실력을 경기장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신욱 선수는 로테이션을 통한 공격진의 시너지를 말하던데.
▶(김)신욱이는 요즘 프리키커로서 맹활약중이다. 우리 팀에 프리키커는 영입 안해도 될 것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