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우린 잔류가 목표지."
특유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사람 좋은 미소. 조광래 대구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올 시즌 대구의 예상 최종 순위를 물었을 때다. "순위는 무슨 순위야. 우린 잔류가 목표지."
대구는 위기다. 리그 초반엔 괜찮았다. 공격적 스리백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고전했다. 최근엔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조 사장은 부진의 원인으로 경험 부족과 부상을 꼽았다.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를 앞두고 만난 조 사장은 "솔직히 경기를 보면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용적으로나 뭐로나 하위권에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런데 경험 부족한 게 한 번씩 확 나온다.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주전급 선수들이 계속 다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구는 젊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 초중반이다. '캡틴' 박태홍이 26세다. 핵심 수비수 한희훈은 27세다.
젊기에 겁이 없다. 분위기를 타면 무섭다. 하지만 위기에 약했다. 수세에 몰리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 사장은 "챌린지에선 그래도 잘 해서 클래식에 왔는데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게 문제로 나오긴 하더라"라며 "버텨주면서 시간을 벌고 기회를 봐도 되는데 다급하게 달려드는 경우들이 많다"고 했다.
부상자도 많았다. 시즌 초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주니오와 호드리고가 부상을 해 결별했다. '수호신' 조현우도 초반에 몸이 좋지 않았다. '골잡이' 에반드로도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해 최근 돌아왔고, 홍정운 정우재는 재활중이다. 여기에 박태홍은 아킬레스건을 심하게 다쳐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깊게 한숨을 내쉰 조 사장은 "참 희한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많은 선수들이 다칠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탄만 할 순 없는 노릇.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6월 20년 경력의 브라질 출신 피지컬 코치 베네디토를 영입했다. 선수 몸 상태와 부상관리를 위한 포석이다.
경험도 채웠다. 호주의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던 풀백 이반 프라니치를 영입했다. 조 사장은 "경험이 풍부한 수준급 선수를 물색했다. 커리어도 좋고 프로와 대표팀 경력도 좋다"며 "좌우측면 모두 소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수 있는 멀티 선수다.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끝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그리고 중앙 수비수 영입도 검토중이다. 조 사장은 "클래식이 확실히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부족함이 없다. 모두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고, 구단도 반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는 이날 포항전에서 세징야, 김진혁, 에반드로의 골로 3대0 쾌승을 거두며 하위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