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최근 세 경기를 치렀다. 그나마 최전방을 지키던 웨슬리가 경고누적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징계로 뛰지 못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달리는 6월 말부터 기량 저하로 투입돼지 않고 있었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임시 공격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비수 김대중을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김대중은 "서울 전농초 4학년 때 공격수로 축구를 시작했다가 신체조건이 좋지 않아 수비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경희고 때도 홍익대 때도 간헐적으로 공격수 역할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김대중은 지난 시즌 김도훈 감독 시절에도 공격수로 투입된 적이 있었다. 김대중은 "팀이 지고 있을 때 경기에 들어가 최전방에서 공중볼 싸움을 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주문에 김대중은 과거 공격수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또 미국 투어로 펼쳐지고 있는 2017년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영상도 챙겨봤다. 김대중은 "맨유로 둥지를 옮긴 로멜로 루카쿠의 플레이를 보면서 움직임을 읽히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공격수들이 수비와 공격할 때의 위치선정을 주의깊게 관찰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카드'는 기대보다 더 큰 효과를 냈다. 이 감독은 공격포인트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김대중은 공격수로 변신한 최근 세 경기에서 연속 도움을 올렸다. 16일 강원전에선 1m88의 큰 키를 활용해 머리로 한석종의 동점골을 도왔고 19일 서울전, 22일 울산전에선 동갑내기 박용지와 호흡을 맞춰 골을 만들어냈다. 김대중은 "공중볼 싸움은 자신있었다. 공이 오면 연결하는 플레이도 신경썼다. 골도 넣고 싶었지만 도움을 할 수 있는 상황밖에 만들어지지 않더라"며 웃었다.
김대중은 오랜만에 공격수의 매력을 맛봤다. 그는 "공격수가 매력적이긴 하다. 축구의 꽃인 골을 터뜨리는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내 본분은 역시 수비다. 공격이나 수비를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8월이 되면 다시 수비수로 보직이동을 하게 된다. 웨슬리가 돌아오고 예정대로라면 25일 새 외국인 공격수가 영입될 전망이다. 김대중은 "향후 내 축구인생을 위해서라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주 포지션인 수비를 할 때 내가 공격수로 뛰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도움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 능력을 갖춘 김대중의 몸값은 한층 올라갔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