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팬분들 하나만 보고 갔어요."
23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 무려 50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날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배구 여자대표팀이 폴란드와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라운드 3주차 최종전을 치렀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구름 관중이 모였다. 경기장 일대 교통이 마비됐을 정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땐 대형 태극기가 나부꼈다. "대~한민국!" 5000명이 동시에 토해내는 응원의 함성. 한국 선수들의 심장이 뜨겁게 뛰었다. 반면 폴란드 선수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열광적인 응원 속에 한국은 세트스코어 3대0(25-23, 25-20,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고비처마다 팬들의 목소리가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사실 폴란드전 동기부여는 강하지 않았다. 이미 결선 진출을 확정했던 상태. 하지만 선수들의 의지가 남달랐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경기 후 "힘든데도 선수들이 잘 해줬다. 결과 상관없이 결선 가기 때문에 실수도 있을 수 있었다"며 "많은 팬분들이 오셔서 팬들 하나만 보고 열심히 뛰었다. 덕분에 우리가 힘 내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전보다 더 큰 관심을 주셨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며 "국내로 와서 대표로서 뛰는 자체가 벅차고 좋다. 팬분들이 큰 관심 보여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각각 10득점, 9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탠 김희진 김수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희진은 "중요하지 않은 경기일 수도 있는데 팬들이 많이 오셔서 큰 힘이 됐다. 에너지를 많이 받고 가는 경기"라며 웃었다. 김수지도 "많은 팬들 와주셔서 선수들 흥이 났다. 블로킹 타이밍 자리도 선수들과 잘 맞았다"며 거들었다.
거칠 게 없는 홍성진호.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한국은 8승1패 승점 25점으로 2그룹 선두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라운드는 오는 29~30일 체코에서 펼쳐진다.
홍 감독의 눈이 반짝 빛났다. 홍 감독은 "수원 경기에 많은 팬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내가 볼 땐 우리 선수들의 생각하는 그릇이 커졌다. 뭔가 해야 할 때 순간 순간 해가는 것을 보면서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는 능력 갖춰가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선에 안착한 홍성진호.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홍 감독은 "아무래도 섬세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블로킹에서 다음 연결 동작, 콤비네이션 랠리 됐을 때 결정하는 부분과 서브 리시브 등 기초적인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보완할 것들은 보완해서 최종적으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단은 24일 휴식을 취한 뒤 25일 소집, 간단한 훈련을 진행한 뒤 26일 결전지 체코로 출국한다.
한편 이어 열린 콜롬비아와 카자흐스탄의 대결에선 콜롬비아가 세트스코어 3대0(5-22, 25-19, 25-20)으로 승리했다. 콜롬비아는 4승5패 승점 12점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카자흐스탄은 1승8패 승점 3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수원=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