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조덕제 감독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언제나 처럼 조기축구회에 나가 볼을 차고 땀을 흘렸다. 딱 하나 차이가 있었다. "다음 경기도 파이팅 하세요"라며 조 감독을 응원하던 회원들이 대신 "고생하셨습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건냈다. 5년간 수원FC를 이끈 조 감독에 대한 예우의 표시였다.
조 감독이 수원FC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수원FC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전했다. 백성동 정 훈 서상민 등을 영입한 수원FC는 역대급 승격전쟁을 예고한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가장 강력한 승격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수원FC는 좀처럼 올라서지 못했다. 시즌 내내 중위권에 머물렀다. 중반 3연승으로 반등하나 싶더니 다시 가라앉았다. 급기야 23일 부천전에서 1대2로 무너지며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결국 조 감독은 사퇴를 결심했다. 수원FC 이사진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조 감독에게 더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조 감독이 직접 이사들을 설득하며 퇴단이 최종 결정됐다. 조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반전해보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더라. 내가 나가면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사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어 "염태영 수원 시장을 비롯해 이사진, 시의원들, 구단직원들 모두 수원FC 발전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줬다. 팀이 더 무너지면 앞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이쯤에서 내가 책임을 져야했다"고 했다.
26일 당일만 해도 섭섭함 보다 시원함이 더 컸던 조 감독이었다. 하지만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 감독은 "푹 잘줄 알았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 아내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고 했다.
2011년 유소년 감독으로 수원FC(전신 수원시청)와 인연을 맺은 조 감독은 수원FC의 역사를 함께 했다. 조 감독은 2012년 내셔널리그에서 2013~2015년 챌린지, 2016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까지 한팀에서 3개의 리그를 모두 거친 최초의 감독이 됐다. 특히 플레이오프를 통해 기적과 같은 승격을 이룬 2015년 겨울은 조 감독과 수원FC 경력의 하이라이트였다. 조 감독은 "클래식에 오르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클래식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한경기 한경기를 복기해보면 내 탓인거 같기도 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한 팀에서 우승도 해보고, 승격도 해보고, 강등도 당해본 감독이 누가 있는가. 정말 큰 영광이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조 감독과 수원FC의 동행은 거기까지였다. 그 어느때보다 기대가 컸던 올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조 감독은 "더 좋은 스쿼드를 갖게 된만큼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승을 외쳤다. 하지만 역시 지도자가 쉽지 않다. 내가 더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조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P급 라이선스 교육에도 더 많은 공을 들일 생각이다. 그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감독이든, 유소년 코치든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을 가르치는 보람보다 더한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원FC와의 인연까지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조 감독은 "수원FC는 누가 뭐래도 내 팀이다. 못난 감독을 만나 올해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4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다. 선수들에게도 잘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벤치에서는 물러났지만 스탠드에서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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