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믿을 건 'K리거'다.
'소방수' 신태용 A대표팀 감독(47)이 절체절명의 승부를 펼친다.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은 4승1무3패(승점 13)를 기록, A조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 12)에 불과 승점 1점차로 앞서있다. 한국이 이란에 승리하지 못하고 우즈벡이 중국을 꺾을 경우 3위로 내려앉게 될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까지 감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란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A대표팀에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그러했듯 신 감독도 수비진에 먼저 매스를 댔다. 그리고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에서 10실점한 수비진 변화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K리거와 중국파들이 섞여있는 조합이다. 포백을 가동할 것으로 보이는 신 감독은 좌우 풀백에 K리거, 중앙 수비수에 중국파 또는 K리거+중국파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격진 구성이다. 신태용호에서 한 방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들은 '유럽파'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다. 그러나 총체적 난국이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받은 무릎 수술 이후 재활 중이다. 이란전 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성용은 "하루라도 빨리 대표팀에 돌아오고 싶어 팀(스완지시티)에 얘기를 했다"며 "수술 이후 회복 속도가 빠른 만큼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황희찬과 손흥민의 몸 상태다. 황희찬은 신 감독이 믿고 쓸 수 있는 첫 번째 공격 카드로 급부상 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정규리그 3골, 컵 대회 1골,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 2골,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골 등 총 7골을 터뜨리며 펄펄 날고 있다. 황희찬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슈투름 그라츠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한 뒤 28일 오후 10시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짐을 풀 예정이었다. 그런데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슈투름 그라츠전에 결장한 황희찬이 예정보다 12시간 빠른 28일 오전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다만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잘츠부르크 구단에 따르면, 황희찬은 무릎이 좋지 않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부상이 경미한 것으로 안다. 의무 팀에서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 신 감독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은 "소속팀 훈련서 슈팅하다가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쪽에 부상을 했다. 통증은 있지만 심각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에게도 비상등이 켜졌다. 체력저하 문제를 노출했다. 손흥민은 28일 번리와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 선발 출전, 7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에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움직임이 급격하게 둔해졌다. ESPN은 '손흥민은 경기 시작 후 왼쪽 측면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후반전에서는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5를 부여했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뛰는 훈련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상태는 좋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해 아직 풀타임을 뛸 만한 몸을 만들지 못한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감지됐다.
만에 하나 유럽파 공격수들에 공백이 생길 경우 신 감독은 이를 K리그 공격수들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베테랑들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2선 공격진에서 오른쪽 윙포워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황희찬 대신 '대관령 테베즈' 이근호(강원)가 중용될 수 있다. 황희찬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설 경우에는 이재성(전북)도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설 손흥민의 대체 자원으로는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수원)이 꼽힌다.
결국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믿을 수 있는 건 'K리거'들이다.
신태용호는 28일 소집될 선수들이 모두 모여 완전체가 됐다. 그러나 유럽파 공격수들의 몸 상태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대표팀 내에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