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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뒤에는 다른 얼굴도 있었다. 김 감독은 괴로울때마다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열시간이 넘게 혼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괴로운 생각을 반복하는 것, 스스로는 '학대'라고 했다. 모든 고민과 아픔을 털어낸 후에야, 그제서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우리가 아는 김 감독의 모습은 그 괴로운 순간을 모두 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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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지난 시즌은 첫번째 시련이었다. 단 4승에 그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디펜딩챔피언의 몰락, 이는 곧 김 감독의 몰락이었다. 김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다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마음 먹어도 안되는게 있더라"고 웃었다. 처음부터 꼬였다. 야심차게 뽑은 외국인선수는 경기 외적인 문제로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국내 선수들은 돌아가며 부상으로 쓰러졌다. 선수가 없으니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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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달라진 것은 있다. 가슴 속에 쌓인 '후회'가 '깡'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실패는 나를 더 독하게 만들어줬다. 이제 어떤 핑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절치부심에 나섰다.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창단 멤버였던 강영준 김홍정을 보내고 KB손해보험에서 김요한과 이효동을 받았다. 트라이아웃에서도 1순위를 뽑아 브람 반 덴 드라이스를 선발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김 감독은 "요한이는 선수들이 '김요한이 너무 열심히 해서 안따라갈 수가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 드라이스도 원래 뽑으려고 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월드리그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선수단 전체가 큰 부상없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김 감독은 "시즌이 일찍 끝나니까 빨리 준비할 수 있어 좋더라"고 웃었다.
선수단에 변화는 있지만 스타일에 큰 변화는 없다. 지난 시즌 시몬의 이탈에 대비해 구상했지만, 선수들의 부상으로 하지 못했던 배구를 다시 해볼 생각이다. 이른바 '심플 배구'다. 김 감독은 "작전이 아닌 기술과 기본이 바탕이 된 배구다. 복잡한 수싸움 보다는 단순하게,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배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키플레이어는 송명근이다. 그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명근이가 독하게 준비하고 있다.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어느덧 김 감독이 OK저축은행을 맡은지도 5년차다. 현역 최장수 감독이다. 김 감독이 성공한 사이, 프로배구계는 세대교체가 됐다. 특히 올 시즌에는 삼성화재 출신들이 2명이 더 늘어나며 삼성 출신 젊은 감독간 자존심 대결이 늘어났다. 하지만 라이벌 의식은 없다. 김 감독은 "밖에서는 다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수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진짜 페어플레이로 정면승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감독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5년 쯤이면 팀 컬러가 나와야 한다. 올해가 바로 그 5년이다. 지난해에는 선수가 없다는 핑계라도 댔다. 하지만 올해까지 실패하면 OK저축은행은 그저 그런 팀 밖에 안된다. 더 치고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배구가 맨날 우승하는 팀이 우승을 하는 이유는 변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배구판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내 역할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김 감독은 더 크게 웃었다. "기대가 더 크다. 솔직히 작년만 하겠나. 기죽지 않는다. 안 잘렸으면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는거 아닌가. 예전처럼 미친 놈처럼 밝게 배구하는 OK저축은행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 김 감독 다운 목표였다.
용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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