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8·전북 현대) VS 제파로프(35·에스테그랄)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K리그 간판 스타 이동국은 신태용호의 '맏형'이다. 제파로프는 우즈베키스탄 축구의 영웅이다. 제파로프도 우즈벡 A대표팀 내 최고참이다.
한국과 우즈벡이 5일 밤 12시(한국시각)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서 '단두대 매치'를 갖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쪽이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승리시 자력으로 A조 2위를 확정,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반면 우즈벡이 승리할 경우 첫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국과 우즈벡 축구팬들은 각자 대표팀 내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두 베테랑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동국과 제파로프는 비슷한 점이 많다. 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동국은 축구 그라운드에서 뿐 아니라 TV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팬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예전 '라이언킹'으로 불렸지만 요즘은 '대박이 아빠'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제파로프도 우즈벡 축구 선수 중 최고 인기 스타다.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영어도 잘 하는 편이다. AFC '올해의 선수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이동국의 이번 우즈벡전 선발 출전 여부는 '반반'이다. 이동국의 포지션은 원톱이다. 신태용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 최근 이란전(0대0 무)에선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선발 원톱으로 뛰었다. 이동국은 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6분 정도 뛰었다.
이동국은 A매치 104경기(33골)를 기록하며 '센추리' 클럽에 올랐다. 이미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를 경험했다. 4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골문 앞에서의 집중력이 뛰어나다. 특히 정확한 발리슛은 그의 장기이다. 폭넓은 움직임이나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는 젊은 후배 공격수들에게 밀린다.
제파로프도 A매치 100경기를 훌쩍 넘겼다. A매치 124경기(25골)에 출전했다. 그는 우즈벡 뿐 아니라 한국 K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지한파' 공격수다. FC서울에서 두 시즌, 성남에서 두 시즌, 울산 현대에서도 한 시즌을 보냈다. 총 5년 동안 K리그에서 20골-16도움을 기록했다. 현재는 이란 명문 에스테그랄 소속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제파로프도 예전 같은 움직임은 아니다. 기동력이 약하고 후반 체력이 떨어질 경우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슈팅과 킥력은 여전 날카롭다.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파로프는 공격수 세르게예프와 함께 투톱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전(0대1우즈벡 패)에서도 선발 출전 풀타임을 뛰었다. 제파로프는 오랜 한국 생활로 K리거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의 입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장단점이 우즈벡 선수들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높다.
이번 대결 결과에 따라 양 팀 최고 맏형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 같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