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그런 말 마세요. 아직 멀었습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우승'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손사래부터 쳤다. 롤러코스터 같은 올 시즌, 뼈저리게 얻은 교훈 때문이다.
제주의 상승세가 무섭다. 제주는 2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일정 관계로 연기된 광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최근 7경기(6승1무)에서 무려 승점 19점을 쓸어담았다. 여름만 되면 주춤했던 제주는 '핫'한 여름을 보내는데 성공했다. 한때 6위까지 추락했던 제주는 단숨에 2위(승점 50)로 뛰어올랐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은 더욱 알차다. 7경기에서 14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단 3골 뿐이다. 시즌 초 좋았던 3-4-1-2로 돌아간 뒤 공수 밸런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확실한 베스트11이 정해지며 집중력도 좋아졌다. 8월19일 전남전에서는 윤빛가람, 광주전에서 이창민이 비디오판독으로 퇴장당하며 숫적열세에 몰렸지만, 끝까지 승리를 따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선두 전북(승점 54)과의 승점차는 불과 4점. 지금의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리그 우승도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부상자가 속속 복귀하고 있는 제주는 선수단의 질과 양에서 전북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조 감독은 신중했다. "'우승'이라는 단어는 전혀 생각도 않고 있다. 지금은 앞으로 가는 것만 생각하고 싶다. 아직 갈길이 멀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했지만,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CL 16강전 패배 후 급격히 가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폭력사태 후유증까지 겪었다. 사실 시즌 초반 잘나갈때에도 조 감독은 한번쯤 찾아올 위기를 걱정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물론 선수들이 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 들떴던 것도 사실이었다.
조 감독부터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우승 가능성에 '들뜨는' 대신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선수들 역시 조 감독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훈련때나, 경기때나, 선수들의 집중력은 전보다 더 높아진 모습"이라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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