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여 만에 밟은 그라운드였지만 골감각은 여전했다.
정조국(강원)이 돌아왔다. 정조국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팀이 2-4로 뒤지던 후반 35분 헤딩골을 넣었다.
찰나의 순간에 집중력이 빛났다. 이근호가 전북 수비수 마크를 뿌리치고 문전 오른쪽에서 낮게 올린 볼을 골포스트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헤딩골로 연결했다.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버티고 있었지만 정조국의 판단이 더 빨랐기에 손 쓸 틈이 없었다.
정조국은 올 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은 선수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와 최우수선수(MVP), 베스트11을 휩쓴 그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상주와의 개막전에서 득점포를 신고하며 화려하게 날아 올랐지만 이어진 FC서울전에서 부상하면서 한 달 동안 '개점휴업'을 했다. 4월 2일 울산 현대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전반 20분 만에 부상이 재발하면서 또다시 병상에 앉았다. 5월 13일 대구전에서 복귀한 정조국은 5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면서 부활을 알리는 듯 했지만 6월 25일 수원 삼성전에서 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한때 선두 전북까지 위협했던 강원은 정조국의 이탈 뒤 선두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엔 자신을 강원으로 데려온 최윤겸 감독까지 지휘봉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정조국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정조국 이탈 뒤 강원 공격진은 이근호 디에고 김경중 김승용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나니 임찬울 등이 뒤를 받쳤지만 정조국의 존재감을 커버하기엔 무리였다. 강원은 정조국의 복귀골에도 이승기의 '7분 해트트릭'에 밀려 결국 전북에 3대4로 패했다. 하지만 오랜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정조국이 후반 교체로 들어와 터뜨린 복귀포는 강원에게 한줄기 빛이 되기에 충분한 결과물이다. 박효진 강원 감독대행은 "오늘도 (정조국 투입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정조국에게 편하게 경기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정조국은 곧바로 강원 공격의 선봉을 짊어져야 할 처지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강원 공격진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한 명의 주전이라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 시즌에만 3차례 부상에 이어 네 번째 복귀를 한 정조국이 강원의 ACL 도전 1차 관문인 스플릿 그룹A행의 일등공신이 될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