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님의 기록을 꼭 깨고 싶다."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25·전북)와 최강희 전북 감독의 '기록 내기' 2라운드가 시작됐다. 최 감독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 풀백 출신이다. 1986년 수비수 최초로 K리그 축구선수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K리그 30주년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렸다. '닥공' 창시자답게 포인트도 독보적이다. 1987년 3골 6도움, 1991년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김진수는 올시즌 전북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출정식에서 호기롭게도 "감독님의 기록을 한번 깨보겠다"고 공언했다. 패기만만했다. 초반 흐름은 매우 좋았다. 전남과의 개막전부터 프리킥 골맛을 보더니, 불과 6경기만에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최 감독의 아성을 위협했다.
그러나 리그 중반을 넘어서며 기록 행진이 주춤했다. 설상가상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8월 19일 광주전 이후 두 달 가까이 뛰지 못했다. 기록 내기에 암운이 드리웠다.
8일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제주 원정, '왼발의 진수'가 돌아왔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3분 김신욱과 함께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투입 10분만인 후반 43분, 기어이 골맛을 봤다. 고작 이틀 훈련하고 나왔다던 김진수가 사고를 쳤다. 상의를 탈의한 채 전북 원정 팬들을 향해 내달렸다. 이 한골에 힘입어 전북은 제주를 1대0으로 이겼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최 감독이 4수끝에 K리그 200승 고지에 올랐고, 전북(승점 65)은 스플릿리그 5경기를 남기고 2위 제주와(승점 59) 승점차를 6점으로 벌렸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전구단 상대 승리도 기록하게 됐다.
무엇보다 김진수 개인에게 값진 골이었다. 6월 21일 강원전 1골 1도움, 6월 28일 포항전 1도움 이후 3달 반만에 포인트를 적립했다. 올시즌 4골 5도움을 찍으며, 최 감독의 기록과 마침내 '타이'를 이뤘다.
10일 K리그 클래식 스플릿리그 그룹A 미디어데이에서 최 감독은 기록 내기 이야기에 반색했다. "남은 5경기에서 (김)진수를 그만 뛰게 해야겠다. 다른 선수를 써야 한다"고 농담했다.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제주전에서 진수를 스플릿리그에서 쓰기 위해 경기감각 차원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뛰게 했다. 나 참, 난세 영웅도 아니면서 웃통을 벗어던지고…"하며 미소 지었다. 최 감독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고 당돌하리 만큼 대담한 김진수를 아낀다.
애제자를 향한 애정어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진수는 사이드백으로서 좋은 걸 다 가졌다. 스피드, 지구력, 슈팅력, 크로스 능력 등등. 문제는 기복이다. 잘될 때는 신나서 한다. 어떨 땐 120%, 어떨 땐 40%를 한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어떤 환경, 어떤 조건, 어떤 컨디션에서도 잘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80~90% 이상을 해야 좋은 선수다"라고 강조했다. "진수는 정말 많은 걸 갖고 있다. 그래서 의아할 때가 많고, 때론 안타깝다. 저렇게 월등한 능력, 엄청난 크로스를 가졌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잘 만들어봐야지"라며 웃었다.
김진수는 '풀백 선배' 최 감독의 애정과 관심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제주전 결승골로 최 감독에게 '200승'을 선물한 데 대해 "감독님께서 10년 넘게 잘해오신 것에 작은 점을 찍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청출어람' 기록을 향한 야심은 또렷했다. "감독님과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아직 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바짝' 하겠다. 감독님 기록을 꼭 깨고 싶다!"
K리그 첫 시즌, 첫 우승컵을 향한 간절함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첫 스플릿이다. 우승을 위해 정말 중요한 시기다. 남은 5경기에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우리 팀이 우승하는 데 꼭 도움이 되겠다."
현대 축구에서 윙백의 능력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대의 측면을 끈질기게 봉쇄하고, 끊임없이 상대의 측면을 치고 달리며, 날선 택배 크로스, 혼신의 롱스로인을 날리고, 기회가 오면 망설임없이 골망을 흔들 줄 아는 궁극의 윙백, 측면의 지배자, 우리는 이영표의 은퇴 이후 그런 윙백을 본 지가 너무도 오래 됐다.
윙백 부재의 시대, '왼발의 진수'가 최 감독과의 내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길 바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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