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싶어 미칠 뻔한 선수들 뛰게 해주는 게 전부입니다."
원주 DB 프로미의 돌풍이 무섭다. 개막 3연승. 주변에서는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주전으로 뛰던 선수 중 허 웅이 군대에 갔고, 윤호영은 부상으로 휴업 중이다. 간판 김주성은 이제 출전시간이 많지 않다. 식스맨으로도 뛰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뭉친 '공포의 외인구단'이 됐다. 서민수, 김태홍은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다른팀 포워드들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김영훈, 최성모 등도 코트에 들어서면 제 몫을 해낸다. 두경민은 팀에서 대놓고 '너는 우리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니, 그게 신나서 더 잘하는 듯 보인다.
일단 3경기 공통점이 있다. DB 농구가 신나졌다. 5명 모두 미칠 듯이 뛰어다닌다. 공격 리바운드에 전원 가담하고, 백코트는 빛의 속도다. 한국 무대에 잔뼈가 굵어져 약간은 설렁설렁 뛰던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도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걸 본 적이 없다.
변화된 건 하나다. 이상범 감독의 등장이다. 안양 KGC의 리빌등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결국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끈 감독. 리빌딩을 천명한 DB에 딱 맞는 지도자였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리빌딩이 아니라 6강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팬들은 "6강에 못가도 좋다. 지금 이 끈끈한 모습만 계속 보여달라"고 할 정도다. 이를 '상범 매직'이라고도 한다.
3연승을 이끈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감독은 껄껄 웃으며 "내가 한 게 뭐 있겠나. 김주성, 두경민과 외국인 선수 둘을 제외하면 우리 선수들은 코트에 나가 뛰고 싶어 미칠 뻔한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뛸 수 있게 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하며 "간절함은 다른 모든 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해주고 있는 서민수, 김태홍 등이 이 간절함을 평생 잊지 않고 코트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감독은 DB 감독으로 취임하며 밤잠을 못이뤘다. 어떻게 해도 시즌을 치러나갈 멤버 구성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FA 이정현 영입전에도 뛰어들었었다. 그런데 결국 이정현은 전주 KCC 이지스로 갔다.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이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나머지 선수들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운 철칙이 하나 있다.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어하는 이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경쟁의 기회를 주자'였다. 그 시너지 효과가 일찍부터 드러나고 있다. 이 감독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게 눈에 보이면 그 기회는 다른 선수들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 너무 대단하지 않나. 아직 이르지만, 'MVP'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량발전상'은 우리 선수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즌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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