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분간 저 찾기 어려울 거에요."
성공적인 FA 계약 첫 시즌을 보낸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최형우(34)가 잠적(?)을 선언했다. 팀 우승 덕분에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분주한 시기에 잠적이라니. 심경에 변화라도 생긴 걸까. 그럴 리는 없다. 그저 일찌감치 개인 훈련을 하러 떠난다는 의미다. 이미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최형우는 올해 KIA에 새 둥지를 튼 뒤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142경기에 나와 타율 3할4푼2리(514타수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4할5푼의 출루율은 올해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 덕분에 최형우는 지난 6일에 열린 KBO시상식에서 출루율 상을 받기도 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 시즌 활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을 마친 최형우는 "각종 행사로 정신이 없다.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휴가라도 가려는 것일까. 어차피 내년 2월 전까지는 선수들에게 휴식기다.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 딱 좋다.
최형우 역시 해외로 떠난다. 그러나 이게 단순한 휴가 차원은 아니다. 개인 훈련을 위한 것으로 괌으로 떠나 혼자만의 '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최형우는 "12월에 이미 일정을 잡아놨다. 날씨가 따뜻한 괌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조용히 몸도 추스르고, 일찌감치 내년 시즌 준비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월 괌 개인 훈련은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이어온 패턴이다. 삼성이 줄곧 괌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려온 덕분에 환경도 익숙하고, 훈련 시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FA 첫 해 괄목할 만한 성적과 함께 팀의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최형우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다. 시상식 무대에서는 "올 시즌에 대해 어쨌든 우승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개인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 남아있다. 9월 이후의 부진도 마음에 걸리고 특히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진 기록도 탐탁치 않다.
최형우는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0.376)과 최다안타(195개), 타점(144개) 부분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KBO시상식에서 트로피를 3개나 휩쓴 것. 그에 비하면 올해 출루율상 1개 부문 수상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최형우는 지금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준비성 덕분에 최형우의 2018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